어쩌다 한 번 먹는 외식아이템이었던 도시락이 맛있게 대접받고 있다. 딱딱해진 찬밥에 눅눅한 튀김 반찬은 볼 수 없다. 한식은 물론 일식과 중식, 양식 메뉴까지 다양하고 푸짐하며 깔끔해졌다. 20~40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나 회의, 연수회, 야유회 등에 필요한 도시락을 찾으면서 고급화 바람이 불어서다. 대신 가격이 2만~3만원대까지 훌쩍 높아졌고 1만원대 안팎의 제품이 제일 많이 팔린다.
도시락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는 본도시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소불고기에 8가지 반찬을 곁들인 'VIP도시락'(1만900원). LA갈비를 맛볼 수 있는 '프리미엄 도시락'(1만5900원) 또한 정찬식과 견주어도 손색없다. 서울 테헤란로나 종로 등 오피스 상권에서 점심 때만 55% 가량 팔려나간다. 본도시락의 이진영 홍보마케팅팀장은 "건강에 좋은 한식을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투고(To go)' 형태로 즐길 수 있게 돼 패스트푸드에 익숙하고 편한 걸 선호하는 젊은층에게 환영받고 있다"고 말했다.
놀부보쌈에서는 지난해 말 직영점에서 시범 판매했던 도시락의 반응이 좋고 재구매율이 높아 지난 7월부터 고정메뉴로 팔기 시작했다. 8000원짜리 '놀부보쌈 도시락'이 도시락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도시락의 강국이라 할 일본 브랜드도 상륙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도시락 브랜드인 호토모토가 지난 7월 국내 론칭했는데, 가격부터 재료까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맞춤도시락이 대표 상품이다. 최근엔 우리나라 여성들을 겨냥해 밥 위에 야채와 삶은 계란, 브로콜리 등을 얹은 새로운 형태의 구컵(3600~4300원)을 내놨다.
대기업도 뛰어들어 CJ푸드빌의 차이니즈 레스토랑 차이나팩토리에선 24일부터 유린기, 깐풍기 등을 담은 중식 도시락 '딜라이트 박스' 4종을 시범 판매한다. 가격은 9900~1만1900원.
서양식 도시락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내놓고 있다. 매장에서 즐기는 스테이크와 볶음밥, 파스타 샐러드 등을 담은 도시락이 9900원부터라 부담을 덜었다. 토니로마스도 갈비살 립과 볶음밥 등을 담은 '토니박스'를 내놓고 31일까지 주문하는 고객을 추첨해 식사권 등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