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라(29)가 이번에 제대로 물을 만났다. 18일 종영한 MBC '아랑사또전'에서 어리바리하지만 착한 무당 방울이를 통해 사랑스러운 매력을 마음껏 펼쳐보였다. 방울이처럼 때묻지 않은 솔직함과 꾸미지 않은 진지함이 매력적인 그는 "지금같은 좋은 반응은 데뷔한 이래로 처음"이라면서 맑고 큰 눈을 반짝이며 배시시 웃었다.
# 착한 무당 방울이 캐릭터
애매하게 타고난 신기로 주문을 욀 때마다 서적을 뒤적이고 귀신에게 시달리는, 개성강한 캐릭터로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했다.
물론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사극이 처음이라 캐릭터를 통해 매력을 드러내는 게 어려웠고, 머리를 쪽지고 한복을 대충 차려입는 설정 탓에 예쁘게 나오지 않는 것도 속상했다. 주문을 외우는 일도 쉽지 않았다.
"고민에 빠져있을 때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해 공부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어요. 어짜피 신기가 모자란 아이라는 거였죠. 어리바리한 방울이의 캐릭터는 그렇게 살아났답니다. 나중에 호의적인 반응이 늘어나는 걸 보니 굳이 예쁘지 않게 보여도 기분이 좋아서 더 힘내서 촬영했죠. 평소에도 '쇤네가'하는 방울이의 말투가 입에 배었다니까요."
# '왕뚜껑' 소녀 이미지 벗기
방울이를 잘 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작의 경험도 한 몫 했다.
데뷔 초 '왕뚜껑' CF를 통해 생긴 개성 강한 '왕뚜껑 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올해 초 MBC 아침극 '위험한 여자'에 출연해 악녀로 변신을 시도한 적 있다.
"다른 색깔의 연기를 펼쳐보고 싶었던 한을 풀었기 때문에 개성강한 캐릭터로 돌아와 홀가분하고 편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방울이로 사랑받으면서 연기자로서 독특한 색깔을 갖는 건 참 고마운 거라는 걸 깨달았죠. 지금처럼 저만의 연기를 열심히 하다보면 나중에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요."
# "털털한 신민아에 반했어요"
주인공인 아랑(신민아)과 은오(이준기) 못지 않게 방울·돌쇠(권오중) 커플의 귀엽고 알콩달콩한 사랑도 화제였다. 밝은 이미지와 달리 실제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지만, 권오중 덕에 유쾌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릴 땐 뭘 해도 자신감이 넘쳤는데, 연기를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서 촬영장에만 가면 늘 실수할까봐 긴장이 되더라고요. 이번에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오빠가 '너 말고는 다 바보라고 생각하라'는 말로 자신감을 불어넣어줘 힘이 됐죠. 하하하. 또 눈 큰 두 사람이 만나다보니 얼굴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서 재밌게 촬영했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칭찬하고 공을 돌리는, 예쁜 마음의 소유자였다.
특히 신민아에 대해 "여배우에게 반한 건 처음이다. 착하고 털털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준기에 대해서도 "액션 하나에 목숨을 걸고, 피곤할텐데 막내 스태프까지 현장 사람들을 일일이 다 챙기더라. 주연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준 배우였다"고 극찬했다.
# 취미는 독서와 영화 관람
한국 나이로 올해 딱 서른 살이 되면서 고민이 늘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삼십춘기'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연애·취미 등 여러가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와 현실을 자꾸 비교하게 돼서 날 더 사랑해줘야 할 시기 같아요."
촬영이 없을 땐 책을 읽거나 홀로 작은 극장을 찾아 독립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연애는 너무 하고 싶지만, 아직 배우로서 이루지 못한 게 많아 결혼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꿈 많은 아가씨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