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32)의 학력논란, 투컷(31)과 미쓰라(29)의 군입대로 3년의 공백을 보낸 3인조 힙합 그룹 에픽하이가 7집 '99'를 들고 돌아왔다. 23일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이들은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낸 만큼 다시 밝은 음악과 함께 자신들의 모든 것을 재부팅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에서 몸담으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우리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하하. 듣는다고 해도 시키는 대로 잘 되지도 않는다.(타블로)
-음악 색깔의 변화는 있나.
컨셉트를 뚜렷하게 잡았다. 이전 음악들이 밝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많이 밝아졌다.(미쓰라)
-컨셉트를 그렇게 잡은 이유는.
지난해 발표한 솔로 앨범이 워낙 무겁고 회색빛이었다. 그때 받았던 고통에 계속 빠져 있다가는 에픽하이가 아닌 내 노래가 될 것 같았다. 3년 만에 셋이 함께 하는 무대에서 웃으며 할 수 있는 음악을 원했다. 지나치게 무겁거나 진지한 건 피하고, 잃어버렸던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고자 했다.(타블로)
-3년의 공백기 동안 팀 활동을 계속 해야할 지 고민도 많았겠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며 에픽하이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우리가 해 온 몇 년간의 음악과 노력이 조롱당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고, 멤버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친동생 같은 이들과 함께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해 보니 셋이 뭉쳐 떳떳하게 음악을 하는 것이었다.(타블로)
어쩌면 에픽하이로 다시 못 설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팀 보다는 자신을 추스리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타블로 형을 만나면 조심스러웠다. 그러던 어느날 형이 "에픽하이 해야지"라고 하더라.(투컷)
-지난 시간을 보내며 바뀐 점은.
(학력 논란으로 인한 활동 중단, 팀 해체 위기 등) 그런 일을 겪었다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타이틀 곡인 '돈 헤이트 미'에 쓴 '러브 앤 헤이트 둘 다 고맙지'라는 가사처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는 데 위안을 얻는다. 우리끼리는 더 그리워하게 됐고, 아끼게 됐다.(타블로)
-앨범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YG에 들어오면서 구체적으로 하게 됐다. 양현석 사장님의 "차근차근 해서 예전의 자리를 다시 찾았으면 한다"는 말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자신감이 전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미쓰라가 제대한 5월쯤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졌다.(타블로)
-'99'라는 앨범 제목도 그렇고, 9와 특별한 인연이 많은 것 같다.
9라는 숫자를 굉장히 좋아한다. 9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존 레논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앨범이 출시됐는데, 오늘이 데뷔 9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번 앨범에는 9개의 트랙이 수록됐고, 99%의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타블로)
-싸이와 빅뱅의 승리가 등장한 '돈 헤이트 미' 프로모션이 인상적이었다.
싸이 형의 아이디어였다. 이 곡을 앨범의 타이틀로 하자고 한 유일한 두 명이 프로듀서 테디와 싸이 형이다.(투컷)
-'강남스타일'의 작업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람으로서 싸이의 성공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그동안 많은 가수들이 K-팝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꾸준히 해외 시장을 두드렸고, 그 중 싸이 형이 큰 역할을 했다. 에픽하이의 해외 활동은 전혀 계획이 없지만, 싸이 형이 오프닝 게스트 정도는 불러주지 않을까. 하하.(타블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앞으로는 공연용 음악을 많이 만들거다. 지금까지 곡 수는 많지만 막상 관객과 함께 즐길 레퍼토리가 없더라. 싸이 형 공연을 보면 지루할 틈이 없고, 희열이 넘친다. 우리도 클럽 공연 위주로 팬들과 만나겠다. 지난 3년이 30년처럼 길게 느껴졌고, 이제 무대에 서는 매 순간이 벅차게 느껴질 것 같다. 다시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관객을 한 명 한 명씩 늘여가겠다.(타블로)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