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에서 다음달 부부가 되는 강준식·양진경(30)씨는 최근 신선한 경험을 했다. 판에 박힌 웨딩사진은 절대 찍지 않겠다던 양씨는 얼마전 모교에서 '파파라치 스냅'에 도전, 연예인이 된 것 같은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두 사람이 도서관과 학교 앞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동안, 사진사는 멀찌감히 떨어져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선글라스를 낀 채 커피를 마시는 모습, 귓속말을 나누며 웃는 자연스런 포즈가 마치 연예인 화보 같다. 양씨는 "찍는 내내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며 "사진 속의 내가 연예인이 된 듯 더 예뻐보여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도 올려 자랑했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공항패션 사진처럼 '파파라치 스타일'로 사진을 찍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비부부들에게는 이미 입소문이 났다. 웨딩컨설팅업체 베스트웨딩넷 장현중 수석 매니저는 "남들보다 특별한 결혼을 원하는 젊은 층이나 연애기간이 짧아 데이트 사진이 적은 커플들이 파파라치 컷을 선호한다"면서 "가격도 시간당 20만~30만원 대로 스튜디오 촬영보다 저렴해 인기"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수 십여 개의 파파라치 스냅사진 업체가 성행 중이다. 스튜디오에서 웨딩 사진을 찍던 업체들도 최근 자연스러운 데이트 스냅이나 파파라치 사진을 추가로 찍는 추세다.
웨딩 스튜디오 사진업체 낭만브라더스 역시 올초 데이트 스냅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서비스로 한 두컷씩 찍어주다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정식 상품으로 선보였다. 이 회사의 최원규 실장(32)은 "최근에는 예비부부 외에도 대학생 커플, 리마인드 웨딩을 올리는 중년부부 등 파파라치 스냅을 찾는 연령대가 다양해졌다"며 "주로 추억의 장소에서 두 사람만의 연애 스토리를 담아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신혼여행지까지 따라가는 '허니문 스냅'도 인기다.
전문 사진업체들은 홍콩·푸켓 등 동남아는 물론 이탈리아·파리 등 유럽까지 한국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에 체류하며 영업하고 있다.
최근에는 나홀로 여행객들을 위한 '솔로 여행 스냅'까지 등장했다. '셀카'만 찍어야 하는 게 싫증 난 이들이 신청한다. 노천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지도를 들여다보는 등 낭만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여행객의 표정을 담아준다. 해외 현지에서 포토그래퍼를 만나 촬영하는데 2시간에 30만원선이다.
파파라치 스냅의 인기는 꾸며진 모습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을 아름답게 찍어주길 바라는 욕구와 함께 누군가로부터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심리에서 비롯한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파파라치 사진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주시한다는 데서 짜릿함을 느끼고 그걸 오히려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더불어 동경하는 연예인을 따라하고 싶은 모방 심리가 깊게 깔려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