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시후(34)가 데뷔 7년 만에 안방극장의 황태자에서 스크린 속 다크호스로 변신한다.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엄친아' '백마 탄 왕자님' 이미지도 벗어던졌다. 다음달 8일 개봉하는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를 통해 연쇄살인범 이두석으로 거듭난 그는 "데뷔 때부터 늘 꿈꿔오던 캐릭터"라며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한겨울, 열 시간 넘게 수중신 촬영
2005년 '쾌걸춘향'부터 지난해 종영한 '공주의 남자'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승승장구했지만 연기적으로 늘 목말라 있었다.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이나 '아메리칸 사이코'의 크리스찬 베일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고 다닌 지 7년 만에 '내가 살인범이다'로 꿈을 이뤘다.
연쇄살인의 공소시효가 끝난 뒤 번듯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이두석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용서가 안 되는 나쁜 X이지만, 데뷔 이래 첫 악역 연기를 하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두석은 생각을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캐릭터예요. 실제로 저도 주위 분들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많이 듣거든요. 밋밋하게 생겨서 그런가? 하하하. 티저가 공개되고 '정말 살인범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니까요."
천운처럼 만난 영화인만큼 고생도 남달랐다. 목욕가운만 입고 자동차 보닛을 넘나드는 추격신은 열흘 넘게 촬영했다. 한 겨울, 찬물 속에서 열 시간이 넘게 촬영 할 땐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잠시 물 속에 들어갔었는데 '이건 아니다'라면서 얼른 나오는거예요. 나중에 보니 김이 서릴까봐 일부러 찬물로 촬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지만,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이런 고생을 감내한 이유는 대본을 받아드는 순간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그 '느낌'이 없었다면 때리면서 하라고 해도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 감이 잘 맞는 편이예요. 신기가 있나? 사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신중한 성격이라 실패가 적은 것 같아요. 이번 영화 스코어로 '소박하게 200만' 예상해 봅니다. 200만 번째로 입장하는 관객은 번쩍 안아 올려서 한 바퀴 돌겠습니다. 남성분도 환영이에요"
▶ 달콤 + 강렬 이미지 두 토끼 잡기
첫 영화 신고식을 마치기 무섭게 SBS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로 시청자 앞에 선다. 여성에 대한 염세주의를 갖고 있는 엉뚱남 캐릭터로 앞서 여심을 흔들었던 '신사의 품격' 김도진을 뛰어넘는 매력남을 선보일 예정이다. "감정변화의 스펙트럼이 커서 연기하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작품에서 합을 맞추게 된 문근영과의 연기호흡도 기대된다.
"(문)근영씨가 출연한 '가을동화'를 인상 깊게 봤는데 화면이랑 똑같이 정말 귀엽더라고요. 연기를 잘 하는 친구라 호흡이 잘 맞을 것 같아요. 근영씨는 저를 오빠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근영씨'라고 불러본 적도 없네요. 이제부터 친해지려고 노력해야죠."
영화와 드라마를 병행하는 연기자로서, 드라마 속 달콤한 모습과 영화 속 강렬한 모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그의 목표다. 낯을 많이 가리지만 장난기가 넘치고, 잔잔하지만 주장이 확실한 자신의 성격이 작품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라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으면 진실된 연기가 나올 수 없다는게 제 장점 같아요. 진실된 연기로 최선을 다하면 시청률은 자연스럽게 따라올거라 믿어요. 그래도 영화흥행과 드라마 시청률 모두 겹경사가 난다면 금상첨화겠죠?"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