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대오' 유다인
하정우와 김인권 등 공연하는 남자 배우들마다 "묘한 매력이 있다"며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걸 보면 뭔가 다른 구석이 있는 것이다. 유다인(28)은 선배들의 이 같은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면서도 딱 부러지는 말투로 "나 만의 특징이 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화답했다. 독립영화 '혜화, 동'을 시작으로 지난해 '의뢰인'과 '시체가 돌아왔다'를 거쳐 최근 개봉된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이하 '강철대오')까지, 반전의 매력으로 똘똘 뭉친 그의 실제 모습이 궁금하다.
▶ 평소엔 소심…연기엔 악바리
단아한 첫인상과 차분한 언변 덕분에 원래는 아나운서 지망생이었을 것 같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한다. 그러나 고교 졸업 이후 꽤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치면서도 연기에 대한 꿈을 단 한 번도 접지 않았다. 딸만 셋 있는 딸부잣집의 막내로 자라나 평상시엔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지만, 연기 만큼은 악바리처럼 달려드는 승부 근성의 소유자다. "연기자를 희망하기 전까지 특별한 꿈도, 특징도 없는 소녀였죠. 지금도 물론 연기 말고 다른 일은 할 줄 아는게 별로 없고, 또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연기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듭니다. 아직 갈 길도 멀고 배울 것도 많지만요."
▶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만능'
3년 전 아침 드라마 '청춘예찬'이 조기 종영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그 때 만난 작품이 바로 '혜화, 동', 고교 시절 남자친구와의 불장난으로 낳은 아이가 해외로 입양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인공 혜화 역을 열연해 각종 독립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단숨에 주목받는 새내기로 도약했다.
이후 '시체가…'에선 괄괄한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의뢰인'과 '강철대오'에선 가녀린 가정주부와 80년대의 당찬 운동권 여대생으로 다양한 변신을 거듭했다.
얼핏 얌전한 인상이 정형화된 캐릭터에 그를 가둘 것같다. 그러나 '강철대오'에서 호흡을 맞춘 육상효 감독과 김인권은 "수동적인 이미지와 달리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만능이다. 까면 깔수록 속을 알 수 없는 양파같아,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잘 어울리고 자신만의 색깔이 배어난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 다음엔 욕쟁이 캐릭터 열연
현재 촬영중인 차기작은 액션물 '용의자'다.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쓴 탈북자(공유)를 도와 진실 규명에 나서는 다큐멘터리 PD다.
공유와는 드라마 데뷔작이었던 '건빵 선생과 별사탕' 이후 7년만에 다시 만났다. 당시엔 단역과 주연이었지만, 이제는 상대역으로 재회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공유 씨가 단박에 절 알아봐 깜짝 놀랐고 또 고마웠죠.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인데, 연기하면서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기분입니다. 하하하."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는 '피아니스트'에서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했던 주인공이다. 연하의 제자를 상대로 피학적인 사랑에 빠져드는 영화속 위페르처럼 파격적이고 위험한 관계를 꿈꾼다. "당위성이 있다면 노출 연기도 얼마든지"라는 다짐이 여느 여배우들의 상투적인 언사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