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에서 태어나 교교 시절까지 보낸 박보영(22)은 아직도 자신을 '촌스러운 아이'로 여긴다. 성장기의 시골 감성이 여전히 몸에 배여 있어서다. 출연 제의를 받을 때도 촌티 폴폴 나는 이름의 캐릭터에 마음이 간다. '과속스캔들'의 정남부터 31일 개봉될 '늑대소년'에서 늑대소년 철수(송중기)와 풋풋하면서도 애틋한 첫사랑을 나누는 순이까지, 그가 연기했던 인물들은 왠지 고향집 누이처럼 포근하게 다가온다.
- 이번 영화에선 보영 씨가 "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예요"라고 외치는 것같습니다.
어머! 그렇게 봐 주셨다면 정말 기분좋죠. 이제까진 소녀와 숙녀의 애매한 경계선상에 있었는데, '늑대소년'을 끝내고 나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 뼘 이상 성장했어요. 거창하진 않지만 제대로 된 성인식을 치른 느낌입니다.
- 제목이 주는 선입견과 달리 대단히 달달한 성장 판타지 동화였습니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호러의 분위기가 짙었어요. 조금 무서웠죠. 그런데 연출자인 조성희 감독님이 각색 과정에서 어두운 색채를 확 걷어냈죠. 그거 모르시죠? 시나리오의 여러 버전들 가운데 '늑대소녀'도 있었다는 걸.
- 금시초문인데요. 그렇다면 속편은 보영 씨가 다시 주연을 맡아 '늑대소녀'로?
하하하. 그건 아니고요. 그 만큼 감독님께서 다양한 시선으로 치밀하게 작품을 준비했다는 얘기죠. 만약 ('늑대소녀'가) 제작된다 하더라도 이 얼굴로 감히 어떻게 늑대인간을 연기하겠어요.
- 여성들의 '펫 판타지'를 아주 영리하게 건드립니다. 송중기같은 늑대인간이라면 500마리도 키우겠다는 여성들이 주위에 많아요.
맞아요. (송)중기 오빠의 공이 아주 커요. 대사가 없어 마임 만으로 연기하기가 정말 힘들었을텐데 정말 훌륭하게 해냈거든요. '아무 말없이 동공이 심하게 흔들린다'는 시나리오 지문이 있다 쳐요. 대사 없이 감정 만으로 이같은 지문을 소화하기란 정말 힘들죠. 그런데 중기 오빠는 완벽하게 연기하더라고요.
- 안구 돌리기의 대가인 이경규 씨도 얼마든지 연기할 것 같은데….
어휴, 안구와 동공은 다르잖아요.
- 농담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두 분이 호흡이 너무 좋아 다른 작품에서 다시 공연해도 좋을 듯 싶어요.
얼마든지요. 그렇지 않아도 중기 오빠와 작품에서 또 만나면 좋겠다는 얘기를 자주 나누곤 했어요. 단 연인 말고 오누이로요. 하하하.
- 올해도 이제 두 달밖에 안 남았어요. 상반기 '미확인 동영상'을 포함해 개봉작만 두 편이니 어느 해보다 뿌듯하겠어요.
소속사 이적 문제 등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란 걱정에 시달렸어요. 그러나 비교적 건강하게 고비를 이겨낸 것같아 정말 기쁘답니다. 무엇보다 제 필모그래피에 '과속스캔들'과 더불어 자랑할 수 있는 작품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드라마가 될 듯 한데, 잘 모르겠어요. 잘 아시겠지만 편성 확정까지 복잡한 관문이 너무 많아 확답을 드리기 어렵네요. 주위에선 "이제 너 혼자 극을 이끌어 가라"고 권유하지만, 실은 겁이 나요. '과속스캔들'에선 (차)태현 오빠와 (왕)석현이에게, '늑대소년'에선 중기 오빠에게 각각 묻어갔던 것처럼 계속 남들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데…, 여전히 묻어가고 싶은 걸 보니 저 아직 소녀인가 봐요. 하하하.
·사진/최종수(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