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필름 마켓' 화제작·졸작 뭐가 있나?
제 아무리 큰 마트에 가도, 정작 마음에 드는 물건은 많지 않다.
북미 최대의 영화 장터인 '2012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도 그렇다. 전 세계 2000여 편의 영화가 매물로 쏟아져 나오지만, 국내 바이어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작품은 막상 적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몇 안되는 영화들을 두고 우리끼리 치열한 신경전과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해 AFM에서 국내 수입업자들의 눈을 기대 이상으로 사로잡은 화제작과 예상과 달리 한숨만 자아내게 한 졸작을 소개한다.
▶ 자극적이어도 너~무 자극적
2002년 개봉됐던 태국영화 '잔다라'는 물고 물리는 성의 업보와 홍콩 미녀스타 종려시의 섹시한 열연이 개봉 당시 국내 성인 관객들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에 같은 제목으로 리부팅된 작품은 정사 장면의 수위와 횟수를 소프트코어 포르노급으로 대폭 끌어올려 국내 개봉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PM 닉쿤과 흡사한 외모의 태국 '꽃미남' 배우들이 과감한 알몸 열연을 펼친다.
예고편 상영만으로 바이어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 작품도 있다. 할리우드의 소문난 연기파 여배우 나오미 왓츠와 로빈 라이트가 친구로 나와 서로의 잘생긴 아들과 불륜의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의 '투 마더스'다. 특히 숀 펜의 전처로 널리 알려진 로빈 라이트는 기존의 단아하고 정숙한 이미지를 버려 섹시한 노출 연기를 시도해 눈길을 모은다.
▶ 서스펜스와 공포의 대향연
지난해 선보여 스페인 스릴러론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줄리아의 눈'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이 다시 힘을 합친 '보디'는 긴박감 넘치는 줄거리 전개와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일품인 수작이다. 여대생을 사랑하게 된 한 대학강사가 돈 많은 연상의 아내를 살해하지만, 아내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곤경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아일랜드 거장 닐 조던이 94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이후 18년만에 뱀파이어물에 다시 도전한 '비잔티움'은 자매로 위장한 모녀가 어떻게 뱀파이어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긴 호흡으로 그려낸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걸 젬마 아터튼과 '러블리 본즈'의 시얼샤 로넌이 판이한 성격의 모녀로 출연한다.
▶ 이 감독이 정말 그 감독?
공포영화의 대가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이 3D에 도전한 '다리오 아르젠토의 드라큘라'는 형편없는 완성도로 비웃음만 샀다.
올 봄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일찌감치 졸작이란 혹평에 시달렸던 이 영화는 브람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마치 TV 연속극처럼 소박하게(?) 스크린에 옮겼는데, 빈약한 3D 효과와 딸인 아시아 아르젠토를 비롯한 출연진의 목석같은 연기를 두고 한 일본 바이어는 "노익장을 기대했는데 실망이다. 이 아르젠토가 그 아르젠토 맞는냐"며 한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