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랑사또전' 끝낸 이준기
촬영 내내 회식 주동자
신민아의 열연에 놀라
이젠 첩보물 하고 싶어
제대 후 첫 복귀작인 MBC '아랑사또전'을 마친 배우 이준기(30)가 멋진 댄디남으로 변신해 기자 앞에 섰다.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품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눈을 빛내며 차기작을 고르고, "쉼없이 달려온 성실함과 노력만이 자신의 무기"라며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 시청률 15%의 벽
많은 관심 속에 시작한 작품치고 시청률 15%의 벽을 뚫지 못했다. 특히 팬들이 기대했던 아랑과 은오의 로맨스와 정윤정 작가 특유의 긴박한 스토리 전개 모두 완벽하게 잡지 못했다. 퓨전사극에 사회·정치적 사안을 자연스럽게 버무리고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권선징악적인 결말로 아쉬움도 남겼다.
"아랑에게 '내가 널 좋아할 거다'라고 하는 장면은 저도 대본보고 '응?' 했을 정도였어요. NG도 많이 났고요. 해피엔딩도 '인간 중심' 철학을 표현했다는 점에선 마음에 들지만, 열린 결말이나 비극으로 끝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 제대 후 첫 현장 복귀 들떠
촬영 내내 회식 주동을 도맡는 바람에 오죽하면 김상호 PD가 "너 때문에 망할 뻔했다"고 할 정도다. '생방송처럼 진행되는 드라마 제작 여건상, 주연배우가 먼저 스태프와 친해지는 것이 급선무'라는 그의 지론다운 에피소드다.
"현장에 돌아온 것 자체가 무척 들떴어요. 문제는 그게 마지막 날까지 갔다는거죠. 하하하. 촬영장에 '강남스타일'도 제가 전파하고 다녔어요. 시청률 잘 나오면 공약 지키려고 선배들이랑 춤 연습도 하고. 신민아씨도 절 신기하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파트너 신민아에 대해 그는 '도도한 CF스타'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신민아는 여배우의 자부심으로 똘똘뭉친 모습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그를 놀라게 했다.
"(신)민아씨처럼 좋은 상대배우를 만났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제게 로맨스 작품을 기대하게 된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둘이 한 번 더 같이 하면 안 되겠냐?'고 하실 정도니까요."
그는 멜로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말에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폭 넓은 캐릭터 스펙트럼은 과분한 평가를 받았지만, 로맨스가 기대되는 배우는 아니라고 자평해왔기 때문이다. "남자냄새 풀풀 나는 삼십대 중반 쯤, 제대로 된 로맨틱 이준기"를 보여줄 계획이다.
▶ 향후 국내외 활동 계획은
그는 조만간 일본으로 날아가 오랜 시간 기다려준 팬들과 만난다. 세계 각국의 팬들도 기회가 닿는 대로 직접 방문할 생각이다.
공백기동안 후발주자였던 장근석이 치고 올라온 것에 서운함은 없다. 한류는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 뿐더러, 독보적 시장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준기 이후 20대 배우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하지만, 공연할 수 있는 좋은 배우풀이 늘었다는 생각에 기쁘기만 하다
"2012년은 김수현으로 시작해 송중기로 끝난다는 말이 있더라고요? 하하하. 유아인·이민호 등 '핫'한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해 보고 싶어요. 내년쯤에는 연우진씨가 확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차기작으로는 드라마를 고려중이다.' 첩보물을 하고 싶다'며 노래를 부르고 다녔더니 '개와 늑대의 시간' 시즌 2 이야기가 나왔다. '아랑사또전'에서 호흡을 맞췄던 '개늑시'제작진도 긍정적이고, 팬들의 반응이야 말할 것 없이 뜨겁다.
/권보람기자 kwo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