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정재영
데뷔 첫 형사역 '완벽소화'
"코미디·액션·스릴러 녹아
지루할 틈이 없을거예요"
정재영(42)은 영화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우다. 매년 두 편씩 개봉작 주연을 맡고, 꾸준한 흥행기록과 그에 걸맞은 수상경력까지 갖췄다. 익숙한 만큼 변화와 새로움은 늘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8일 개봉하는 '내가 살인범이다'는 액션과 심리·코믹 연기가 절정에 이른 작품으로, 그는 또 한 번 과제를 멋지게 해냈다.
"일반 관객의 반응은 아주 좋아요. 기자 시사 반응도 나쁘지 않았는데 믿을 수 있어야죠. 특화된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은 조금 덜 만족하겠지만 코미디·액션·스릴러가 모두 녹아 있는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에요. 약간의 비약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을 정도고요."
개봉을 코앞에 두고 긴장된 마음은 언제나 같지만, 이면에는 고생한 만큼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비쳤다.
이 영화는 10명의 여성을 살인하고 공소시효가 지나자 범죄 기록을 담은 자서전 '나는 살인범이다'를 들고 세상 밖으로 나온 연쇄살인범 이두석(박시후)과 그를 어떻게든 잡아 넣으려는 형사 최형구의 대결을 그린 액션 스릴러다. 정재영은 데뷔 후 처음으로 형사 역을 맡았다.
"'이끼'의 천 이장은 전직 경찰이고, '바르게 살자'의 정도만은 교통 순경 출신이라 경찰계에는 잠시 몸담은 적이 있죠. 한국 영화계에 센 형사 캐릭터가 워낙 많았잖아요.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형사에 도전한 건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죠."
'살인의 추억'이나 '추격자'와 같은 형사가 중심이 되는 히트작의 아류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잘해도 그들의 수제자 이상은 되지 못하고, 관객들 역시 그를 보려 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기존 스릴러와 다른 여러 차례 이어지는 반전, 유머와 사회 풍자, 액션이 모두 살아 있는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를 그 이유로 들었다.
액션 스쿨 출신의 정병길 감독의 첫 상업영화라 몸고생은 각오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정 감독은 현장에서 말이 많지 않았다. 그저 될 때까지 계속 찍을 뿐이었다. 지난해 11월 8일간 폭우를 맞으면 촬영한 첫 액션신은 오래 됐지만 잊혀 지지 않을 정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고생을 했다. 자신보다 열 살이나 어린 감독에게 투정 부릴 수도 없었다. "괜히 부담을 주기 싫었어요. 감독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우리의 선장이고, 충분히 잘 끌고 갔죠."
이 영화에서 액션 보다 관객을 더 즐겁게 해주는 건 드라마다. 정교하게 엮인 반전을 끝까지 숨기고 인물 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미묘한 감정의 수위를 조절하는 데 가장 신경썼어요. 매 장면마다 관객과 상대 배우의 반응을 예측하고,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까지 계산해서 연기했죠. 끝나고 나면 늘 아쉬움이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SF스릴러 'AM 11:00'의 촬영을 마친 그는 다음달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영화 '방황하는 칼날' 촬영에 들어간다. 딸을 잃은 아버지 역할을 맡아 이성민과 연기대결을 벌인다.
"제가 영화에 출연하지 않아도 뮤지컬·드라마·CF에 나와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스타는 아니잖아요. 잊혀지지 않으려면 열심히 영화를 해야죠.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면서 대중이 질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상이나 흥행도 좋지만 좋은 작품에 많이 참여한 배우로 남고 싶어요. 타율을 높이려면 일단 타석에 많이 서야겠죠."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이진환(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