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연쇄살인범 모티브
인상적인 액션신 또 다른 볼거리
■ 필름리뷰: 내가 살인범이다
상업영화로는 과감한 제목이랄 수 있는 '내가 살인범이다'는 사회성 강한 소재와 시종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구성과 화끈한 액션이 어우러진 영화다.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잡히지 않았던 부녀자 연쇄살인범을 모티브로 한다. 공소시효가 끝난 범인이 자신의 범한 연쇄살인의 추억을 자서전을 내놓고, 이로 인해 대중 스타가 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공소시효가 지났어도 진범을 잡으려는 다혈질 형사가 범인과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복수를 하려는 피해자 가족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꼬인다.
'내가 살인범이다'를 보고 있노라면 중범자의 공소시효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흉악범이 잘 생긴 외모로 대중 스타가 되는 상황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 또한 피해자의 가족이 법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복수를 집행하려는 모습도 무엇이 정의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내가 살인범이다'는 소재의 힘만 지닌 것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를 연출한 정병길 감독은 액션스쿨 출신 감독답게 한국영화에 쉽게 볼 수 없는 인상적인 액션을 선사한다.
영화 오프닝 장면에서 펼쳐지는 형사와 범인이 벌이는 추격전은 배우와 핸드헬드 카메라가 함께 뛰면서 멋진 영상을 제공한다. 세 번에 걸쳐 등장하는 자동차 추격전은 한국영화 사상 가장 과감한 스턴트 영상을 펼쳐지는데, 몸을 사리지 않았을 스턴트맨들과 위험한 도전을 한 배우와 스태프에게 박수를 보낸다.
처음으로 형사 역을 맡아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정재영의 힘이 도드라지며, 잘생긴 얼굴로 관객들을 속이는 신인 '영화'배우 박시후의 출연도 인상적이다.
다만 자동차 추격전에 대한 감독의 과한 애정 때문에 첫 번째 추격전이 너무 길고, 과장되게 그려져 이야기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