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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흙과 도시, 숲과 미래

낙엽이 길 위에 붉고 노란 무늬를 만들자, 도시의 풍경은 한 폭의 채색화가 된다. 짙은 녹색으로 자신을 뽐냈던 여름이 물러간 뒤, 가을은 허물을 벗듯이 몸단장을 한다. 그건 더 많은 것을 입고 걸치고 장신구를 다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자신을 길러온 것들에게 자신을 돌려주는 몸짓이다.

그런데 흙이 사라진 공간에 심겨진 나무들은 자신이 뿌리내린 흙으로 돌려보낼 것이 없다. 포장도로위에 쌓인 낙엽은 잠시 머물러 풍경이 되었다가, 결국 빗자루로 치워져야 할 운명에 처한다. 소복이 쌓여 있다가 비를 맞고 눈에 덮혀 자기를 해체하면서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경로는 사라진 것이다.

자연과 거리를 멀리 유지할수록 도시답다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자연을 다시 퍼 담아서 도시 안에 심으려 든다. 날이 갈수록 아파트는 나무 그리고 꽃과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출발점으로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생명이 있는 삶에 대한 각성이다. 숲과 도시는 서로 넘지 못할 경계선을 가진 영토가 아니라,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비가 내리면 당연히 장화를 신고 다녔던 때가 있었다. 단지 비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진창길을 지나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비를 잔뜩 머금은 흙덩이를 가지고 놀았고, 그러다 온통 흙 범벅이 된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가면 혼나기 일쑤였으나 저마다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

도시 골목 언저리에는 텃밭이 있어서 호박, 오이, 수세미가 자랐고 채송화와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길가는 익숙한 경치였다. 가수 김상희가 불렀던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라는 유행가는 어느 시골길을 노래한 것이 아니었다. 흙과 도시가 공존하고 있었고, 자연과 인간이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시절의 정서가 담겨 있는 노랫말이었다.

화가 임옥상, 쌈지농부대표 천호균, 학자이자 환경운동연합의 대표 이시재, 언론학자이자 서울연구원 원장인 이창현 등이 어느 날 모여 "아름다운 작당"을 하더니 라는 포럼을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 만들어냈다. 도시를 자연의 생명으로 살리려는 "도시 농업"에 꽂힌 이들이 뭉쳐 새로운 생명운동을 펼쳐내려는 것이다. 그건 자연이 도시에 자신을 돌려주는 축복이다. 논과 밭 그리고 숲이 있는 서울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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