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에 취약한 NH농협은행(은행장 신충식)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은행의 책임 유무를 가리는 기준 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은행도 일부 책임을 지게 되면 당장 농협은행은 수백억원의 고객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12일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자의 과실 정도와 은행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작업에 들어갔다. 문영민 분쟁조정국 은행중소서민금융팀장은 "(보이스피싱 피해) 케이스별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계좌는 보이스피싱과 같은 전기통신금융사기에 가장 많이 이용됐다. 경찰청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6년간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 3만7061건 중 농협은행 계좌 피해는 전체의 34.7%로 1만2878건이나 됐다. 피해 금액도 전체 피해액 3965억원 중 810억원으로 20.4%의 비중을 보였다. 특히 피해액 810억원 중 실제 인출액이 534억원에 달해 실질적인 피해도 심각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급증했지만 농협은행의 피해보상은 미흡했다.
농협은행 자료를 보면 2009년 1500건이던 보이스피싱 피해건수가 올해는 9월말 현재 2700건으로 1200건 가량 증가했다. 피해금액 역시 2009년 65억9900만원에서 올해 189억62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또 2009년 이후 현재까지 농협은행 보이스피싱 피해는 총 7585건, 피해금액은 446억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피해구제 금액은 227억8700만원으로 피해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금감원이나 농협에 피해보상을 요구한 50건 중 피해보상요구를 수요한 건수도 22건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누구를 위한 농협이냐"는 현재의 고객 목소리와 농협은행이 내건 미래상, '사랑하는 일등 민족은행'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