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 착용자들은 안경 착용자에 비해 눈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렌즈는 안구에 밀착해 착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산소공급이 원활한지, 착용감은 매끄럽고 부드러운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 눈을 위해 더 좋은 렌즈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병원을 찾는 렌즈 착용자들의 상당수는 렌즈 자체가 아닌 렌즈착용과 관리 습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렌즈 착용자들이 가장 많이 간과하는 것은 렌즈 착용주기이다. 실제로 최근 렌즈 착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10명중 3명이 원데이 렌즈도 깨끗이 세척하면 2~3일 착용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 특히 남성 응답자들의 비율은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 여성에 비해 위생관념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눈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착용자들이 권장착용주기를 넘겨 렌즈를 사용하는 이유는 렌즈도, 눈도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이상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는 교체주기의 기준을 렌즈를 개봉한 시간이 아닌 렌즈를 착용하는 시간으로 잘못 알고 있다. 또 멀쩡한 렌즈를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로 계속 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렌즈를 깨끗이 세척한다 하더라도 약 20%의 잔여물이 렌즈에 남게 된다. 이러한 잔여물이 하루 이틀 누적되면 렌즈 재질 내 미세한 구멍을 막게 되고, 결과적으로 산소 투과를 방해하게 된다. 안구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 충혈, 건조 증상이 나타나고, 침전물로 인한 세균 감염의 위험성 또한 높아진다. 렌즈의 착용감도 떨어지고, 시력이 저하될 위험도 있다. 때문에 눈 건강을 위해 일일착용 렌즈를 선택했더라도 2~3일 사용하게 되면 짧은 교체주기의 장점은 얻지 못하게 된다.
렌즈는 쉽게 구매할 수 있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력교정수단이지만, 동시에 엄연한 의료기기이다. 렌즈를 착용하거나 제거할 때는 깨끗이 손을 씻고,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교체주기를 따르는 등 기본적인 위생사항을 준수하는 것이야말로 내 눈을 건강하게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김태진 교수(서울백병원 안과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