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질주를 시작한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가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당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나리오 작가 윤모씨는 '내가 살인범이다'의 등장인물 성격, 사건 전개방식, 이야기 구성, 인물 심리묘사 등이 지난해 9월 자신이 출시한 '진실의 순간'이라는 제목의 애플리케이션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며 영화 제작·배급사 미디어플렉스와 공동 제작사 다세포 클럽, 정병길 감독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윤씨는 "2009년 7월께 TV에서 김구라가 진행하는 '진실의 순간'을 보고 나서 공소시효가 지난 화성 연쇄살인범이 저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범해을 밝히면 재밌겠다 싶어 시나리오 초안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만화로 구현한 뒤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는데 영화가 나오고 나니까 오히려 만화가 영화를 모방했다는 의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영화 상영을 중단하고 보관 중인 필름을 모두 수거할 것을 요구했으며, 영화를 계속 상영하거나 DVD 등을 제작·판매하는 경우 한 건당 2000만원씩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쓴 정병길 감독은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공소시효가 지난 화성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어떨까 하다가 영화로 만들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내가 살인범이다'는 개봉 5일째인 12일 누적 관객 83만 명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을 예고했다.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