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2위의 '담합 왕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 법무부의 카르텔 법집행 현황 분석'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기업은 1996년 라이신 가격 담합으로 157만 달러의 벌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12억7167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처벌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무려 1조731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일본(13억6570만 달러)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회사당 평균 벌금액은 한국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한국 기업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2억1100만 달러로 2건 이상 벌금을 부과받은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처벌 당시 환율을 적용하면 2872억 원이다. 임직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5개사 임직원 15명이 기소돼 벌금형 및 징역형을 받았고 일부는 연방 형무소에 수감됐다.

벌금 부과액 상위 1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이 3곳으로 가장 많았다. LG디스플레이는 LCD 담합으로 4억 달러, 대한항공과 삼성전자는 화물·여객 운송료와 D램 담합으로 각각 3억 달러를 부과받았다.

유럽연합(EU) 시장에서도 2000년 이후 4억3517만유로(약 65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문재호 공정위 국제카르텔 과장은 "미 정부와 유럽연합 측의 담합 감시와 처벌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한 우리 기업이 중국을 생산 기지 등으로 활용하고 있어 중국 내 담합에 대한 이들 정부의 감시 강화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