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와인과 함께한 특제 통꼬리 찜과 떡갈비(왼쪽), 바삭한 감자전과 김치장떡.
4년 전 프랑스의 와인산지 발레 뒤 론을 방문했을 때다. 갈비와 불고기 등을 맛 본적 있는 현지 사람들은 "한국 음식은 양념이 강해 발레 뒤 론 와인이 아주 잘 어울린다. 우리 와인과 짝을 지어주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4년 후 서울에서 그 만남이 실현됐다. 최근 서울 동빙고동의 레스토랑 오늘에서 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SOPEXA·소펙사)가 마련한 '발레 뒤 론 와인 아뜰리에'에서다. 론 와인 생산자협회의 올리비에 르그랑 이사와 쉐라톤 그랜드워커힐 호텔의 유영진 소믈리에가 세 번씩이나 우리 음식과 와인의 매칭을 시도하며 행복한 밥상을 제안했다.
김치에다 된장까지 섞은 김치장떡. 너무나도 한국스러운 이 음식에 대적할 와인이 있을까. '태양의 와인'라 불리는 론 와인이라면 믿을 만 하다. 프랑스 2대 와인산지로 꼽히는 이곳 와인은 따가운 프랑스 남부 햇살과 지중해 기후 속에 영근 포도로 만들어 전체적으로 향기가 강하고 섬세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한식은 매운 향이 풍부하고 자연재료가 많아 파워풀하고 과일 풍미가 강한 론 와인이 환상의 짝꿍이죠. 한 음식을 먹으며 여러 와인을 입안에서 굴리면 맛이 증폭되거나 조화롭게 어울리는데, 새로운 맛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그에 따르면 김치는 익히면 매운 맛이 누그러져 와인과 친한 친구가 된다. 김치의 신맛과 와인의 신맛이 시너지를 내서다. 섬세한 탄닌으로 좋은 구조감을 지닌 레드와인 '도멘 드 라 렁자르드, 꼬뜨 뒤 론 빌라쥬 마씨프 뒤쇼 2010'를 함께 마시니 김치장떡의 매운 맛이 증폭되고, 상쾌한 로제와인인 '샤또 다께리아 따벨 2011'을 어울리니 불에 물을 부은 듯 조화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이날 김치장떡을 비롯해 전복찜과 문어숙회, 닭날개구이, 천겹살 졸임, 떡갈비 등이 론 와인과 만났다. 유영진 소믈리에가 꼽은 최고의 매칭은 떡갈비와 그르나쉬 품종 100%의 '레 비뉴롱 데스떼쟈르그, 꼬뜨 뒤 론 빌라쥬 시냐르그 2010'이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데도 벨벳처럼 부드럽고 둥근 타닌감이 느껴지는 풀바디 와인이라 떡갈비의 숯불향과 단맛이 와인의 드라이함과 잘 어울렸다는 평이다.
아뜰리에를 진행한 르그랑 이사는 "한국 음식과 곁들이기 좋다는 매력으로 발레 뒤 론 와인은 지난해 200% 이상 판매량이 급증해 부르고뉴 와인을 앞질러 2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 와인과 음식의 매칭엔 정답이 없으니 놀이하듯 즐겨보라"고 권했다.
/전효순기자 hsjeo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