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이었다. 광화문 중건공사 현장에서 옛 석재를 버리고 새 석재로 석축을 쌓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문화재를 중건할 때는 부재의 상태가 양호한 경우 그것이 돌이 됐든 나무가 됐든 으레 옛것 그대로 쓰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로부터 이유를 들어 보니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듯했다. 지난 1968년 박정희독재정권 시절 광화문을 중건할 때 문루를 나무가 아니라 철근 콘크리트로 지은 뒤에 마치 단청을 입히듯 페인트칠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석축도 그랬다는 점이다. 겉만 화강석일 뿐 그 속을 뜯어보니 온통 콘크리트로 가득 차 있었다.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불을 먹어 푸석푸석해지거나 아예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석재가 많았는데, 중건 당시 값도 싸고 공사 기간도 짧은 콘크리트로 채워 넣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제보를 한 시민의 눈에는 옛 석재 대신 일부러 새 석재로 갈아 끼우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다만 그 때의 졸속 중건이 그로부터 4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듯해 걱정이다. 지난 2010년 8월 15일 열린 광화문 현판 제막식 이후 석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편액에 세로로 금이 쩍쩍 가버렸고, 올 여름 장마 때에는 석축 내부에 채워넣은 황토가 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곳곳에서 목재 터짐 현상이 발견된 것은 물론이었다. 'G20정상회의'와 '경술국치 100주년 행사' 등 정치적인 행사를 이유로 공사 일정을 두 차례에 걸쳐 아홉 달이나 앞당기는 바람에 벌어진 성급함의 결과라는 지적이 많았다.
걱정 되는 것이 비단 광화문만은 아니다. 올 연말을 목표로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인 숭례문은 과연 온전히 지어지고 있는 것일까? 수십 년이 흘러도 특유의 '속도전 문화'는 변한 것이 없는 듯해 우려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