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이진우(27·가명) 씨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 두고 올 초 앱 개발사를 차렸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부모님께 빌린 돈 등 2000만원을 6개월 동안 소개팅 앱 제작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난 9월 출시한 앱은 실패했다. 참신한 UI(사용자환경) 등으로 호평받았지만 많은 회원을 보유한 경쟁 앱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주위 사람들이 앱 개발에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에 편승했던 것 같다. 사채 안 쓴 것만 해도 어디냐"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이들 기기의 핵심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대다수 사람들은 '쪽박을 차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자 수, 신규 출시 등 앱 관련 수치는 워낙 많고 폭이 넓어 통계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소위 '대박' 앱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젊은이와 재취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앱 창업을 하는 것은 성공의 열매가 푸짐하기 때문이다. 카톡 게임 라인업에 포함된 유명 앱은 차치하더라도 무료 내비 '김기사', 위치확인 메신저 '오빠 믿지', 소개팅 도우미 '이음' 등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어지간한 중소기업보다 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때마침 장기 불황이 엄습하면서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고 예비 취업인들이 사실상 앱 개발이라는 창업 행렬에 떠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률은 로또 당첨 수준이다.
네오위즈인터넷 관계자는 "앱 개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출시되는 앱은 수백개에 달하지만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앱은 많아야 1개 정도다. 게다가 SK, KT, NHN 등의 대기업이 앱 개발·유통에 나서 '개미'들이 밟혀 죽기 십상"이라며 앱 창업을 경계했다.
스마트기기 사용자들이 서서히 '앱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앱 비즈니스의 변수다. 초기 아이폰 모델이 등장한 2009년부터 앱을 내려받아온 소비자들이 이젠 카톡, 티맵, 네이버, 다음과 같은 필수 앱 이 외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앱 시장에는 비즈니스, 생산성, 여행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수 많은 상품이 있지만 유사한 기능을 지닌 앱은 많지만 창의적인 콘텐는 갈수록 줄고 있다. 현재 구글플레이, 앱스토어를 막론하고 게임 앱이 판매 순위를 독식하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앱 생태계가 이처럼 고착화하자 2만원 상당의 앱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시장을 살리기 위한 프로모션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1만9900원짜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포함, 한 달간 매일 앱 하나를 무료로 선물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업계 선두인 SK T스토어, KT 올레마켓 등이 같은 방식의 판촉전을 진행하자 보조를 맞춘 셈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도 앱 판매 마진이 10%에 불과하다. 앱 시장 역시 '돈 놓고 돈 먹기'식으로 가고 있어 양극화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