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부러진 화살'로 사법체계의 부조리를 고발했던 정지영 감독이 1970~80년대 우리 현대사의 아픔 중 하나인 '고문'을 소재로 한 '남영동 1985'로 다시 한번 대중과 만난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남영동 1985'는 지난해 말 세상을 달리한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직접 쓴 수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민주주의를 위해 남영동 공안분실에서 두려움과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민주 인사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그들이 당했던 적나라한 고문을 통해 표현한다.
군부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85년 9월 4일, 민주화 운동가 김종태(박원상)는 가족들과 목욕탕을 다녀오다 갑작스럽게 경찰에 연행돼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간다. 이곳은 경찰 공안 수사 당국이 민주 인사들을 잔혹하게 고문하던 장소로, 김종태도 거짓 진술을 강요당하며 물고문과 전기고문에 무너진다. 그리고 고문기술자 이두한(이경영)까지 가세하고, 그의 잔혹한 22일이 계속된다.
군부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행된 고문에 대해선 고문 피해자들의 글이나 전해오는 이야기로만 들었을 뿐이다. '탁'하니 '억'하고 죽었다는 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은 민주화의 횃불로 피어올라 온 국민을 분노케 했다.
그런데 이제껏 우리 한국영화는 그 야만의 모습을 한번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다. 아니 전 세계 영화도 '남영동 1985'처럼 관객들을 모질게 그 현장의 목격자로 만들진 않았다. 그래서 가슴이 먼저 뜨거워진다.
요즘 관객들은 어두웠던 과거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로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들어 가슴뿐만 아니라 머리도 뜨거워지게 했으면 좋겠다. 정지영 감독과 출연 배우들, 스태프들의 건투에 박수를 보낸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혜민·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