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인치 태블릿PC '아이패드'의 가장 큰 아쉬움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한손으로 들고 있기 힘들 뿐만 아니라 10분만 사용해도 어깨가 뻐근해지기 때문이다. 아이패드를 구매하며 다짐했던 출퇴근 시간 전자책 독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 2일 애플이 한국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는 이런 불편함을 한방에 해결해줬다. 기존 시리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8g의 무게 덕분에 한손으로 오래 들고 있어도 무겁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두께도 7.2㎜에 불과해 얇은 시집 한권 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한손만으로도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가능해 복잡한 버스 안에서도 손잡이를 잡은 채 이용할 수 있어 무척 편했다. 특히 조작을 위해 화면을 터치했는지 잘못 터치했는지를 척척 구분하는 기능을 채택해 오작동을 막아주는 섬세함도 눈에 띈다.
크기가 줄어들었는데도 27만개가 넘는 아이패드 전용 앱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편집 앱 '아이포토', 동영상 편집 앱 '아이무비', 문서작성 프로그램 '키노트' 등은 물론 전자책 '올레e북', 내비게이션 'T맵' 등도 무리없이 돌아간다. 특히 음악제작 프로그램 '가라지밴드'의 블루투스 연결 기능을 이용하면 아이패드·아이폰 등과 합주도 가능해 가족모임·파티에서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전작에 비해 향상된 카메라 기능이다. 뉴아이패드의 30만화소에 비해 대폭 업그레이드된 120만 화소 전면 카메라 덕분에 셀프카메라는 물론 페이스타임을 이용할 때에도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해외 출장 중에도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국내에 있는 가족과 무료 영상통화를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점도 무척 매력적이다.
옥에 티를 꼽으라면 해상도가 1024x768에 불과해 웹서핑 중 글씨가 다소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화면이 작아져 HD 영화를 보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다.
일주일 동안 아이패드 미니와 함께 출퇴근 시간을 보내다 보니 '7인치 시장이 없다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고집을 꺾었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란 생각이 갈수록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