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리뷰: 돈 크라이 마미
미성년 성폭행 소재…결말부 맥빠져
사적 복수를 다룬 국내 영화에서 주인공이 대부분 여성 가장이란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1985년과 2005년에 각각 개봉됐던 윤여정 주연의 '에미'와 엄정화 주연의 '오로라 공주'가 그랬고, 22일 공개될 '돈 크라이 마미'와 내년 초 개봉될 예정인 '공정사회' 역시 연약한 몸으로 직접 응징에 나서는 모성을 앞세운다. 1970년대 후반 찰스 브론슨 주연의 '데스 위시'를 시작으로 최근의 '테이큰'과 '모범시민' 등 오랫동안 여러 할리우드 영화들이 싸움 잘하는 아버지를 내세웠던 것과 비교된다.
한국 엄마들이 스크린에서 유독 강해지는 이유는 왜일까? 이같은 묘사는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있는 남성 가장들과 공권력을 향한 비판으로 풀이되는데, 어찌 됐든 국내 영화에서 사적 복수의 주체가 엄마로 자주 그려지는 대목은 의미심장하며 씁쓸하기까지 하다.
남편과 이혼한 유림(유선)은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외동딸 은아(남보라)가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범인들이 미성년자들이란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을 보고 더욱 분노한다. 성폭행 충격에 시달리던 은아는 결국 자살하고, 유림은 복수를 결심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정공법으로 풀어가는 연출자의 솜씨는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성폭행이나 응징 장면의 표현 수위에 있어 선정적이고 독하게 접근할 법했지만,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절제가 돋보인다.
반면 그러다 보니 결말부로 갈수록 다소 맥이 빠지는 헛점도 드러난다. 또 실화가 바탕이라고 강조하는 상영 전후의 자막은 작품의 주제와 의도를 너무 선명하게 부각시켜 계몽적인 기능에만 머물도록 유도한다.
사연많은(?) 여자 캐릭터 전문인 유선의 열연은 단연 박수받을 만하다. 상처받은 모성애를 온몸으로 토해냈다. 임권택 감독의 아들 권현상도 실제로 만나면 정말 때려주고 싶을 만큼 불량 학생을 제대로 연기했다.
만듦새의 몇몇 단점에도 배우들의 호연이 주제를 가리지 않아 다행스럽게 느껴지는 노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