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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영화 '남영동 1985'의 박원상 이경영 "'야만의 시대' 오지 말길"

고문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었다. 훗날 역사는 이들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만났던 1980년대 중반을 '야만의 시대'라고 썼다.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고문 실화를 영화화한 '남영동 1985'에 출연한 박원상(43)과 이경영(52)은 "앞으론 이같은 영화가 절대로 만들어져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 박원상 "관객도 함께 버티며 느꼈으면"

영화 '부러진 화살' 홍보에 한창이던 지난해 말 정지영 감독으로부터 뜻 밖의 제안을 받았다. 고 김근태 고문을 모델로 한 영화의 주인공 김종태 역을 맡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쓸 데 없는 자의식이 아니라 내가 감당이 될까 걱정했죠. 신념으로 한 생을 살아온 분인데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정중히 사양했어요. 고문 장면을 어떻게 참아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흉내내기에 그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금니 꽉 깨물고 감사하게 하라"는 이경영의 다그침은 자극이 됐다. 김 고문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조사했다. 체력에도 자신 있었다. 김 고문의 수기와 피해자 증언에 근거해 최대한 버텨보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스태프와 배우 사이의 잘못 된 사인에 고통의 한계를 넘기도 했다. 아무리 최대치까지 가보자고 했지만 가해자를 연기한 배우들과는 말조차 섞기 싫을 만큼 극도로 예민해져 갔다.

"인간이 해체되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저는 할 수록 익숙해 지고, 감당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거더라고요. '아무리 당해도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라고 했던 수기 속 김 고문의 말, 그것이 현실과 연기의 괴리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안고 있던 마음의 짐 하나를 덜었다는 위안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344만 관객을 동원한 '부러진 화살'을 했고, 이 영화로 배우로서 존재감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처음 연극 무대에 올랐을 때 마음처럼 오랫동안 지치지 않는 '이야기꾼 박원상'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 이경영 "귀신이 촬영 중단시킨 적도 있어"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이 실제 모델인 이두한 역을 열연한 이경영은 촬영 당시의 기묘했던 에피소드를 귀띔했다. "모두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고춧가루 고문 장면을 촬영중이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컷'이란 소리가 들려와 일제히 촬영을 중단했죠. 하지만 정지영 감독님은 '컷'을 부른 적이 없다고 말씀하셔서 녹음을 확인해 봤더니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컷'을 외쳤더라고요. '이곳(대공분실)에서 억울하게 고초를 겪었던 여자의 원혼이 더 이상 이 장면을 두고 볼 수 없었구나' 싶어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일말의 연민도 갖지 않으려 일부러 애썼다. 그래서 오로지 시나리오에만 집중했다. 결과는 '역대 한국영화 최고의 악역 연기' '한니발 렉터 박사에 버금가는 명품 악역'이란 대중과 평단의 찬사로 이어지고 있다. 10여년전 잠깐의 실수로 40대의 대부분을 허공에 날려버렸던 그가 오랜만에 활짝 웃고 있는 이유다.

요즘은 촬영장 가는 길이 무척이나 즐겁단다. 배우와 스태프를 포함해 최고참이지만, 단 한 장면을 위해 10시간 가까이 대기해도 '삼돌이'처럼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너무 바빠 자기 성찰의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나 쉬면서 뒤늦게 어른이 됐죠. 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지 이제서야 깨달은 거죠. 올해는 '남영동…'과 전직 대통령 암살 작전의 총지휘자를 연기한 '26년'으로 '좌파 배우'란 호칭을 얻었으니 (웃음) 내년에는 아주 상업적인 배우가 되려 합니다. 이 나이에 주책이란 소리를 듣는 건 아니겠죠? 하하하."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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