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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생애의 절반가량, 내 호칭은 주로 '어디어디서 온 아이'였다. 나라이름이 매번 달라질 뿐이지, 늘 아웃사이더의 입장이었다. 이런 타자의 시선 때문에 중심부와 주변부의 역학에 민감하게 성장했다. 중심부에 일방적으로 저항하거나, 반대로 접근하기 위한 민감성이기보다는 모든 이들에겐 '주변부적인' 무언가가 있음을 감지하는 예민함에 더 가까웠다. 세상은 단순 흑백과 선악으로 나뉘기보다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회색적인 부분이 현실을 더 잘 말해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한국사회에서 욕 먹기 딱 쉽다. 이런 머뭇거림은 뭐가 옳고 그른지에 대한 명확한 결단을 주저함으로 간주되어, 종종 기회주의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키는 것은 결국 강자의 편을 든다는 공격도 받는다.

한데, 세상의 많은 문제들은 양의적이고, 간단히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에게 정직하면 할수록 양의적인 것이 자연스럽기조차 하다. 문제는 사람들이 애매한 것을 견디지 못하며, 사안의 복합성을 인내하는 것에 인색하게 된 것이 아닐까. 불확실한 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못하고 단지 내가 불안해서 어느 편에 소속되기는 힘들 것 같다.

지난 주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대선후보 사퇴소식으로 내 주변에 이토록 안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많았나 싶어 내심 무척 놀랐었다. 달리 말하면 그의 지지자들은 그간 '티'를 안 내왔다. 상대적으로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 문득 예전에 외국에서 귀국했다는 이유만으로 "넌 한국사람이거든?"이라며 쉴새없이 내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려 했던 사람들이 기억났다. 어차피 한국인인데 굳이 티 내며 증명해보이라는 말이 당시엔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무소속감이 역으로 그들을 불안하게 했던 것 같다. 어차피 나는 남과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했으니,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나와 같은 사람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음을 알게 된 점이다. '개인적인 특수성'이 보편적일 수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다만 이렇게 굳이 티 낼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참 어렵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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