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전격적인 사퇴로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각각 후보등록을 마쳤고, 사활을 건 양강 대결의 서막이 올랐다.
◆박근혜 "이번에 국민신뢰 못받으면 정치 여정 마감" 배수진
25일 오전 후보등록을 마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출마회견을 갖고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저의 정치여정을 마감하려 한다"며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15년간 유지해왔던 의원직을 던지면서 정치생명을 걸고 배수진을 친 셈이다.
같은 날 오후 후보등록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영등포 당사에서 "안 후보가 갈망한 새 정치의 꿈은 우리 모두의 꿈이 됐다"면서 "그 힘으로 정권교체와 새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맞섰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의 당위성'과 '무거운 소명의식'을 들며 안 후보 사퇴와 관련한 부분에 많이 할애해 언급했다.
◆문재인 공동선대위·통합캠프 검토…安과 회동 추진
그는 "안 후보를 지지했던 모든 세력, 후보 단일화를 염원했던 모든 분들과 함께 국민연대에 나서겠다"며 "민주화세력, 미래세력은 물론 합리적 보수 세력까지 함께 하는 명실상부한 통합의 선거진용을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측과의 공동선대위를 구성하고, 지지자 층의 이탈을 최대한 막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문 후보는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안 후보와 곧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지지선언 등의 보수대결집을 통한 세불리기에 나서는 박 후보를 인식한 듯 문 후보 측은 이를 '과거의 낡은 수구냉전 세력'으로 규정하고, 중도와 중도보수까지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중도층 공략에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으로 수도권, 충청권, 부산·울산·경남권, 연령별로는 40대, 이념적으로 중도보수-중도-중도진보의 다양한 층위의 지지세를 넓혀나가야 이번 대선 승리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한 듯 지난 23일 안 후보의 사퇴 직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층이 크게 늘며 박·문 후보는 박빙의 승부를 예고했다.
한국리서치가 24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유·무선 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는 문 후보가 41.2%, 박 후보가 39.2%의 지지율을 보였다.
23~24일 리얼미터의 조사(1500명 대상, 유·무선 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P)에서는 문 후보가 48.1%, 박 후보가 46.2%를 나타냈다.
◆부동층으로 돌아선 安지지층 20% 끌어안기 사활
반면 TNS코리아가 24일 1000명을 대상으로 동일방식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는 박 후보가 43.4%로 문 후보(37.6%)를 앞섰다.
결국 3강 구도에서의 지지세와 비교해볼 때 안 후보 지지층 중 45~55% 가량은 문 후보에게 17~24%는 박 후보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셈이다. 부동층으로 돌아선 20% 안팎의 유권자를 놓고 양측은 치열한 격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분석가들은 안 후보의 사퇴가 박 후보 측보다는 문 후보 측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른바 '아름다운 단일화'로 이어지지 못한 한계 때문에 안 후보 지지자들이 쉽게 문 후보 측으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이라며 "만일 역풍이 분다면 문 후보 지지율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의 행보와 민주통합당의 쇄신에 대한 대안 제시에 따라 지지율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문 후보가 안 후보 지지층의 이탈을 최대한 막기 위해 고강도 쇄신안 등을 내놓을 것"이라며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