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8대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지난 어느 때보다 정치쇄신 문제가 클로즈 업 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새로운 정치풍토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선 후보들 사이에도 이러한 여론을 직시하고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제시된 내용을 보면 국회의원수를 줄인다거나 중앙당 폐지 또는 공천권배제, 그리고 국민경선제, 국회의원 연금제 폐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등 비교적 다양하게 나와 있다. 그러나 막상 국민들이 가장 눈살을 찌푸리는 정치인들의 자질문제는 조금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정치에 혐오감을 느끼는 요인은 무엇보다 정치인의 자세와 언동이다.
정치인의 부도덕한 상식이하의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 우리의 의정단상이다. 불미스러운 사례만 해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폭력행위가 수없이 일어나고 막말은 물론 성희롱 등 저질의원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쇠파이프로 문을 부수기도하고 공중부양은 물론 최루탄까지 의정단상에서 터트릴 정도이다. 또한 청문회 과정에서도 인격모독이나 인기성 발언 등으로 횡포를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의원들에 대해서 지금까지 '제 식구 껴안기'에 급급해 비교적 어물어물 넘기거나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징계되기도 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기대이하이다. 거기에다 면책특권을 누려 파렴치한 범법행위가 엄연함에도 법정에 세우지 못하거나 거의 불구속 기소로 풀려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의원에게 다시공천을 주어 저질행위가 마치 '영웅'처럼 되는 경향마저 없지 않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의원들의 권한을 축소하거나 처우를 낮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질향상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정치인의 공급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이 지역구에서 상향식 공천이 이뤄져야 하나 실제로는 중앙당에서 전권을 행사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우수한 인재가 여의도에 입성하려해도 정치판이 너무 험악해 넘볼 수 없는 실정이다. 마치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처럼…
이러한 풍토 개선이 정치쇄신의 핵심이 돼야하나 지금 제시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대안은 거리가 멀다. 물론 연금지급 등 의원들의 과도한 처우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전체 국민소득 수준에 걸맞게 균형을 유지하는 선이면 그렇게 나무랄 일도 아니다. 때문에 정치쇄신의 근간은 무엇보다 의원들의 자질향상방안부터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