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괜히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송년 모임에 빠질 수 없는 노래 때문이다. 적어도 싸이의 '강남스타일' 정도는 따라 부르고 '말춤' 정도는 출 수 있어야 할 텐데 하는 초조함이 급습해서다.
그런데 만일 그 모임에 첫사랑이 있다면 어떨까?
제목에서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음치클리닉'은 얼떨결에 고교 동창생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게 된 음치녀 동주(박하선)가 속성 음치클리닉에 다니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들 사이엔 유학 갔다 돌아온 첫사랑이 있고, 그 첫사랑을 노래 잘하는 절친에게 뺏길 위기에 처한다. 그 와중에 티격태격하던 음치클리닉 강사 신홍(윤상현)과의 미운 정 로맨스도 피어난다.
이 정도만 봐도 우리가 흔히 봐 온 로맨틱 코미디의 컨벤션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음치녀가 주인공이라는 설정만이 특색이 있어 보이는데, 박하선은 음치·박치·몸치 연기를 제대로 소화한다. 더불어 술 취한 연기는 무척 사랑스럽다.
그러나 볼 거리는 여기까지다. 윤상현의 노래 솜씨야 모두 아는 바고, 박하선의 원맨쇼를 보는 재미도 중반 이후엔 바닥난다. 또 이들을 제외한 수강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주지만 가슴에 그리 와 닿진 않는다.
무엇보다 억지스러운 엔딩 장면은 매우 아쉽다. 공연으로 마무리하는 것까진 소재의 특성상 이해가 가지만, 신홍이 후렴구를 계속 반복하는 장면은 지루하기만 하다. 이후에도 진부한 장면이 계속되는데, 많이 고민한 결과치곤 지나치게 관습적이다.
음치녀의 사랑 찾기란 소재의 참신성이 지나치게 무난한 내용에 묻혀버린 로맨틱 코미디다. 12세 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이혜민·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