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초반부터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책대결보다는 상호 비방전에 불을 댕기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스스로 폐족이라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책임자"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한 정치의 연장을 떠올렸다. 또 문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해 "군사 쿠데타와 유신독재세력의 잔재를 대표하는 후보"라며 과연 이러한 세력이 민주주의 정치를 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여기에다 박 후보가 지난날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제기하자 이명박 정부는 '빵점정부'라면서 박 후보가 동반책임을 져야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사에 낙인찍기에 급급하다. 바로 미래 비전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과거의 대결로 치닫는 느낌이다.
지금 대선 정국은 안철수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전례 없는 초박빙 승부를 보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여 아무도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누가 부동층을 많이 흡수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날 전망이다.
이러한 판에 두 후보는 기회만 있으면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지금의 정황으로 보아 비방전의 범위와 수위가 어느 정도까지 커지고 올라갈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번 대선은 '미래와 미래의 경쟁'이 아니라 '과거와 과거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박정희와 노무현의 대리전'이 되는 셈이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정세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먹고사는 기본적인 민생문제를 풀어야하는 경제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대결구도의 쟁점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과거사를 호소하면서 득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TV토론 등이 예정돼있지만 지금과 같은 인신공격 중심의 과거사에 초점을 맞춘다면 국민들의 '정치염증'을 더 키울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쇄신을 갈망하면서 새로운 정치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는 대선을 기대해왔다. 특히 이리저리 쪼개진 국론분열과 골 깊은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국민통합을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망에 따라 후보마다 정치쇄신이나 국민통합을 공약의 맨 앞에 내세우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제 선거전에서는 정반대로 흐르는 느낌이다. 이렇게 되면 승부에 관계없이 국민들에 상처만 안겨줘 결국 '어두운 미래'를 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