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의 한 전자상가에서 '아이폰5' 예약구매를 하던 김세연(28) 씨는 깜짝 놀랐다. 공식 출고가 81만4000원짜리 단말기가 사실상 공짜로 나왔기 때문이다. 16GB 제품을 8만5000원 이상 요금제에 번호이동으로 가입할 경우 기기 값은 안내도 된다는 매장 직원의 설명을 들었다.
김 씨는 "고가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아도 단말기 값이 11만원대로 낮아 부담이 적다. '17만원' 갤럭시S3 보다 더 대박"이라며 "아이폰5와 갤럭시S3를 놓고 고민하는 친구가 적지 않은데 아이폰5쪽으로 기울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국내에 출시되는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5'가 사실상 '공짜폰'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네티즌과 예비 아이폰5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QPR(박지성 소속의 영국 프리미어리그 팀) 첫 승보다 더 놀라운 소식"이라며 잔뜩 고무된 상태다.
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가 올해 마지막 LTE 가입자 확보 카드로 '아이폰5'를 지목하면서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늘리고 있다. 경쟁이 워낙 치열해 '제 값 주고 사야만 했던' 아이폰 시리즈의 전통이 깨졌다.
SK텔레콤과 KT는 현재 13만원을 공식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매장에서는 최소 3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추가로 주고 있다. 여기에 약정 할인 혜택이 30만원 이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이폰5 구매자는 평균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기기값으로 많아야 11만원가량을 내는 셈이다.
이에 대해 모 이통사 관계자는 "대리점이나 온라인 판매처 자체에서 할인행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5가 추가 매출과 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큰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이폰5의 실 구매가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지자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도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다. 브랜드 파워나 만족도, 중고 가격 등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가치를 자랑하는 아이폰5보다 비싸게 물건을 내놓을 경우 소비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7만원 갤럭시S3'를 능가하는 프로모션이 등장할 것으로 점치는가하면 '옵티머스G'나 '베가 R3'는 되레 돈을 받고 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스마트폰 시장이 또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자 정부 당국이 개입 의사를 드러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와 SK텔레콤의 마케팅 담당자를 불러 "보조금 과잉 지급 사례가 적발되면 강경 조치하겠다"고 엄중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측은 "현재까지는 일부 판매자가 아이폰5를 적정 수준 이하 가격으로 파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이폰5가 실제 개통되는 7일 이후 보조금이 가이드라인 상 지급 한도인 27만원을 넘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