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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1500년 동안 속 풀어준 명약 콩나물



2012년 임진년의 마지막 달이다. 송년회다 뭐다해서 이래저래 술 마실 일이 많아지는데 과음한 다음날 쓰린 속을 풀 때는 콩나물국이 제격이다. 특별히 다른 재료를 넣지 않고 콩나물만으로 끓여도 한 그릇 먹으면 땀이 쭉 흐르며 속이 편해지는 것을 보면 효과가 신기할 정도다. 콩나물국은 왜 해장에 좋은 것일까?

사실 이유가 있다. 따지고 보면 콩나물은 본래 식품이 아니라 쓰린 속을 달래주는 약이었다. 콩나물에 관한 최초의 기록도 요리책이 아닌 의학책에 나온다. 6세기 무렵 중국의 '신농본초경'에 황권(黃券)이라는 약재가 보인다. 거창한 약초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콩의 싹을 햇볕에 말린 것이니 바로 콩나물이다. 위장의 열을 제거하는데 효과가 있는데 끓여 먹으면 좋다고 했다. 술 마신 다음 날 뱃속에서 열이 나고 쓰릴 때 콩나물국을 먹으면 시원하게 속이 풀리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의학서인 '향약구급방'에도 콩에서 나온 싹을 말려서 위의 열을 내리는 약재로 썼다고 했으니 옛날 동양에서는 콩나물이 해장 약으로 두루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콩나물을 식품으로 먹었다는 기록은 의외로 훨씬 늦다. 11세기 중국 송나라 때 음식재료를 정리한 '산가청공'에 콩나물에다 양념을 넣고 볶는다는 기록이 보인다. 문헌만 갖고 함부로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콩나물이 식용보다 약용으로 먼저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과학에서도 콩나물에는 아미노산과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과음한 다음날 콩나물국을 먹으며 1500년이 넘는 '명약'이라고 생각하면 속이 더 편할 수도 있겠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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