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택(57) 서울시뮤지컬단장이 국내 뮤지컬 산업 발전을 위해 차기 대통령이 될 후보에게 진지한 조언을 건냈다.
취임 6개월째에 접어든 유 단장은 "해외 라이선스 공연의 범람으로 국내 창작 뮤지컬이 고사 직전 상태"라며 "국내 뮤지컬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영화진흥위원회처럼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흩어져 있는 힘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뮤지컬 진흥기구가 반드시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DJ정부 시절 매년 400억원씩 4년간 1700억원의 지원과 스크린 쿼터제를 통해 국내 영화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그 결과 올해 한국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를 2편이나 생산하고, 관객 점유율도 50%를 넘을 정도로 할리우드 영화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문화예산의 1%만 뮤지컬에 투자하고, 창작뮤지컬 쿼터제를 도입한다면 5년 후 국내 창작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연계는 통합전산망 시스템이 없어 유료 관객이 몇 명인지, 얼마의 매출을 올렸는지 확실한 대답을 못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 유치도 힘들다"며 "명확한 수치를 잡을 수 있는 전산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배우로 첫발… 영화 제작자로 이름 알려
1980년대 배우로 연극무대에 발을 디딘 유 단장은 90년대와 2000년대 충무로에서 영화 제작자로 다수의 작품을 히트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화려한 휴가' '목포는 항구다' '미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미스터 맘마' 등이 그가 손댄 작품이다. 특히 영화인 출신 1호 펀드매니저로 성공신화를 썼다.
그가 뮤지컬과 인연을 맺은 건 3년 전 가족 뮤지컬 '구름빵'을 통해서다. '40만명 동원'이라는 흥행성적을 거뒀다. 이후 뮤지컬 '광화문 연가' '화려한 휴가' 등을 제작했다. 이런 인연으로 서울시뮤지컬단장을 맡았고, 군장대학에서 뮤지컬배우를 양성하는 석좌교수도 겸하고 있다.
단장에 취임하자마자 그는 청소년 성교육 뮤지컬 '호기심'을 제작했다. 지금은 '밥퍼' 목사로 유명한 최일도의 감동적인 인생 스토리를 담은 창작 뮤지컬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밥퍼)'으로 관객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유 단장은 "최일도 목사의 인생사는 감동 그 자체다"며 "무대에서도 감동을 재연하기 위해 잘 알고있던 영화 시나리오 작가를 각색 작업에 참여시켜 잘 빠진 스토리 라인을 완성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또 "창작 뮤지컬 한 편을 만들려면 수십억의 제작비가 들어간다. 하지만 흥행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국내 뮤지컬 제작자들이 창작품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며 "공공 기능을 갖춘 세종문화회관이 나서야 할 일이다. 재임 기간 창작뮤지컬 5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호기 있게 말했다.
이어 "'밥퍼'가 국내 창작 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내년에 더 화려한 무대로 앙코르 공연을 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이번 공연 때 관객의 동참이 필요하다"며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창작 뮤지컬 '밥퍼'는 18~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의: 02)39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