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괴로워'로 화려하게 주연 신고식을 치른 김아중(30)이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오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성공 이후의 부담감과 불운으로 공백은 길었지만 자기계발로 채운 내공은 깊어졌다. 6일 개봉한 '19금'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서 보여준 화끈한 변신은 30대 질주의 시작이다.
▶ 과감한 변신 "부끄러움은 한 번에 털어냈어요"
영화 제목의 PS는 폰 섹스의 줄임말이다. 그에 걸맞게 캐릭터 설정도 야릇하다. 상대를 남자친구로 착각하고 흐드러지는 신음 소리를 잔뜩 흘려보냈지만, 다른 남자(지성)에게 잘못 전화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는 여주인공 윤정을 연기했다.
그동안 많은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출연을 고민했을 그가 6년만의 컴백작으로 '야한 영화'를 고른 이유는 관객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다.
"'19금 영화'라는 괜한 선입견이 생길 수 있지만, 영화 전체를 보면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거든요. 과감한 변신이나 이미지 변화를 노린 것도 아니예요. 이전과 달리 평범한 여자를 연기했다는 게 오히려 제겐 특별했죠. 내 나이 또래의 보통 여자를 표현해 본 적이 없어, 스스로 실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나 초반부터 뜨거운 신음 소리로 요염하게 남성을 유혹하고, 하의 실종 와이셔츠 패션과 란제리 룩을 자유자재로 코디하는 모습은 이전에 찾아 볼 수 없던 변화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걱정 보다는 '센스를 총동원해 잘~ 만들어야 되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초반에 야한 대사를 뱉을 뿐이지 그런 걸 즐기는 여자가 아닌 평범한 인물이잖아요. 처음 해보는 대사는 부끄럽기도 했지만, 부끄러움은 전체 리딩 때 한 번에 털어내고 적극적으로 했죠. 내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동료 배우나 스태프가 함께 힘들어 할 것 같았어요."
자신 보다 더 과감한 노출 연기를 한 신소율에 대해서는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았고, 무척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출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는, 이야기 흐름에 도움이 되고 감정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여배우의 노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 앞으론 잠도 안 자고 열심히 연기하겠다
사람들과 한 데 섞여 살아가는 생활을 겪지 않고는 평범한 일상을 연기하는 것도 불가능할 거라는 걱정이 컸다. 연기 외에 삶의 다른 면은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에 공백기를 더욱 분주하게 보냈다. 고려대 언론대학원 방송영상학 석사학위를 땄고, 7월 말에는 미국 뉴욕으로 혼자 어학연수를 떠나 세 달 간 생활했다. 맨해튼에 집을 구하고 20분씩 걸어 어학원을 오갔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마음껏 즐겼고, 밑바닥을 다지는 마음으로 연기학원도 다녔다.
"연기에 그렇게 많은 이론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리고 여러 연기를 동시에 하는 훈련을 반복하면서 현실적인 연기 학습을 할 수 있었죠. '와~ 나는 정말 많이 배워야겠구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이제는 "잠을 못 잘 정도로 일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첫 주연작인 '미녀는 괴로워'가 크게 흥행하고, 여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손에 넣으면서 중압감이 컸다. 전작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완벽해져야 한다는 부담이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자신을 확실히 잡아줄 수 있는 감독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 큰 욕심을 부린 것 같아요. 실망을 시키고, 기대에 모자라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옳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전 보다는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어요. 그렇지만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요."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이완기(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