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한파와 대설주의보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서울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0.3도까지 떨어진 6일,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남산 서쪽의 용산구 동자동을 찾아가 봤다. 서울역 바로 맞은편의 이 동네는 쪽방들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쪽방들은 창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창문이 있다고 해도 가로세로 채 1m가 채 넘지 않는다. 통풍이 잘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보니 한여름에는 실내온도가 바깥기온보다 오히려 높은 경우가 많은데, 겨울에는 한기가 스며들 틈이 적으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사정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좁은 공간에 작은 방들이 미로처럼 몰려있는 78세의 김모 할아버지의 쪽방 실내온도는 바깥기온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입을 뗄 때마다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중증 관절염과 고혈압 때문에 몸이라도 녹일까 싶어 근처의 서울역 대합실을 찾곤 하지만 오가는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김 할아버지가 전기장판이나 난로를 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1년새 모두 세 차례에 걸쳐 15%나 올라버린 전기요금과 인상만 될 뿐 떨어지지는 않는 기름값 탓에 마음대로 켤 수 없기 때문이다.
쪽방촌 거주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다. 이곳 동자동과 바로 옆 갈월동만 하더라도 3~7제곱미터 면적의 쪽방들이 약 970여 개나 몰려 있는데, 그곳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만 230명에 달한다. 그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독거노인 119만 명 가운데 91만 명은 빈곤층에 해당하고, 질병과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날이 추워도 어디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기 어려워 결국 냉방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홀놈 노인들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빈곤 독거 노인들에게 요즈음과 같은 추위는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심각한 요인이다. 한파에 목숨을 잃은 독거 노인 소식이 신문이나 방송에 등장하는 것도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그 같은 죽음을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빈약한 복지시스템은 말이 없다.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