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수유기에 다이어트가 아이 건강을 망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화여자의대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팀은 임신기와 수유기에 식사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인 어미쥐에서 태어난 새끼쥐의 건강상태를 정상 새끼쥐와 비교한 결과, 성장 과정에서 대사장애와 두뇌발달장애 등의 심각한 건강 위협요인이 관찰됐다.
실험 쥐는 ▲어미쥐와 새끼쥐 모두 제한없이 먹이를 준 A그룹(대조군) ▲임신 중인 어미쥐에 평소의 50%만 먹을 것을 주고 새끼쥐에는 제한없이 먹이를 공급한 B그룹 ▲임신땐 먹을 것을 다 줬지만 새끼는 먹이의 50%만 준 C그룹 ▲어미와 새끼쥐 모두 실험기간 50%만 먹이를 준 D그룹으로 분류됐다.
이후 연구팀은 출생 3주와 24주때 새끼 쥐의 장기(간, 비장, 폐, 뇌)를 적출해 무게를 쟀다. 장기의 무게를 잰 것은 새끼쥐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한 것이다.
실험 결과 임신 기간에 먹이를 절반으로 줄인 어미쥐에서 태어난 A그룹과 D그룹의 새끼쥐들은 태어날 당시 장기 무게가 정상쥐(A그룹)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출생 직후부터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한 B그룹 새끼쥐의 장기 무게는 3주만에 정상쥐와 비슷한 정도로 회복됐다.
임신 중에는 영양공급이 충분치 않았지만 출생 후 성장이 급속히 이뤄지는 시기에 충분한 영양을 줌으로써 성장속도가 정상쥐를 따라잡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사람이나 동물의 이런 따라잡기 성장이 되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따라잡기 성장이 있었던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비만이나 골다공증,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발표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런 동물실험이 실제 사람에게서도 유사한 결과를 나타내는지를 보기 위해 임신 중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던 100여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9년째 추적 조사 중이다.
10년을 목표로 한 이 추적조사의 중간결과를 보면 보면 쥐 실험과 마찬가지로 임신·수유기에 제대로 영양섭취를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서 비만, 당뇨, 고혈압, 암 등의 위험도가 정상아보다 훨씬 높게 관찰됐다.
김영주 교수는 "아이 건강을 생각한다면 임신기는 물론 출산 후 1년 정도의 수유기에도 충분히 영양분을 섭취하고, 다이어트는 그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