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좋아하는 새들이 발견돼 화제다. 이 새들은 사람처럼 피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충을 쫓기 위해 담배의 독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나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메트로 멕시코시티는 멕시코국립자치대 환경연구소 팀이 담배꽁초로 둥지를 만드는 새들을 발견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발견은 영국과학원의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 최신판에 게재될 정도로 학계의 관심도 모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담배로 둥지를 만드는 새는 유럽인이 아메리카대륙에 들여온 '유럽참새(passer domesticus)'와 아메리카 중북부에 서식하는 '붉은가슴양진이(carpodacus mexicanus)'다. 이 새들은 담배 필터에 남아있는 니코틴 성분을 이용해 해충을 쫓아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의 콘스탄티노 마시아스 가르시아 박사는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 본캠퍼스 주변을 조사한 결과 새들이 쓰레기통이나 길거리에서 담배꽁초를 주워 모아 둥지를 만드는 것을 발견했다"며 "새들은 담배꽁초 전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부리로 분해한 필터만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둥지 하나에 담배꽁초 48개 가량에서 나온 필터가 사용된다"며 "담배 꽁초가 들어간 둥지에서는 진드기와 기생충이 확연히 감소한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결과 밝혀졌다"고 말했다.
담배가 해충을 쫓는다는 사실을 새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가르시아 박사는 "새들이 해충을 퇴치하는 냄새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운 후 필터에 남는 성분에 이끌린다"며 "담배 필터는 해충퇴치제 뿐만 아니라 단열재의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담배 필터 성분이 새들이 일반적으로 둥지를 만들 때 사용하는 깃털이나 가죽 등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둥지를 만드는데 사용된 담배필터의 독성이 새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낼 생각이다.
가르시아 박사는 "어미새가 알을 품는 시기에는 새끼새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둥지에서 보내고 유독성 물질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며 "담배가 사람에게 유해한 것처럼 새에게도 유해한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리 이국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