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TV의 등장으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활기를 되찾았던 계기는 운동장만한 대형 스크린이 특징인 시네마스코프 촬영 방식의 도입이었다. 또 인터넷 다운로드의 보급으로 관객 감소 추세가 역력했던 2000년대 들어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호황기를 맞이할 수 있었던 데는 '아바타'로 대표되는 3D 영화의 공이 컸다.
13일 개봉될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 : 뜻밖의 여정'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기술의 혁신'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를 제시한다. 1초당 48프레임의 하이 프레임 레이트(HFR) 촬영 방식으로 담은 화면이 '영화는 보는 것'이란 기존의 개념을 뛰어넘어 '영화는 경험하는 것'이란 새로운 정의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줄거리의 시작은 잭슨 감독의 대표작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리퀄로 받아들이면 이해가 쉽다.
전작에서 조카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의 위험한 여정을 부추겼던 삼촌 빌보 배긴스(이안 홈)가 60년 전을 회상한다. 호빗족으로 젊은 날 안락한 생활에 젖어 살았던 빌보(마틴 프리먼)에게 어느날 갑자기 회색 옷의 마법사 간달프(이언 맥켈런)가 찾아온다. 간달프는 사나운 용 스마우그에게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 떠나는 난쟁이족과 같이 가기를 권유한다.
빌보는 간달프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하지만, 간달프는 "스마우그가 호빗의 냄새를 맡지 못하므로 네가 필요하다"며 설득을 멈추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합류를 결심한 빌보는 위기가 거듭될수록 자신도 몰랐던 용기와 능력을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비주얼 쇼크'는 상상을 초월한다. 스크린을 볼 때의 느낌이 육안으로 실제의 사물을 볼 때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다. 프레임 수가 두 배로 늘어나면서 기존 방식의 오랜 단점이었던 깜빡임 현상이 줄어들어서인데, 이를테면 원화의 갯수가 많은 애니메이션이 훨씬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여기에 선명하면서도 눈이 피로하지 않은 최첨단 3D 효과까지 더해져 극강의 리얼리즘을 체험할 수 있다. 이왕이면 HFR 3D로 감상하기를 권하는 이유다.
물론 단점도 없진 않다. 간달프·골룸·갈라드리엘 등이 여전히 나오긴 하지만, 아라곤·레골라스·아르웬 등이 프로도를 보좌하던 전작에 비해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내년 겨울과 2014년 여름 차례로 개봉될 2부와 3부가 벌써 기다려진다. 전인미답의 '영상 신천지'를 하루라도 빨리 밟고 싶어진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