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연습실 모여 연극스터디·전공공부 병행
10분 단위로 쪼개 써야 가능…공연 마치면 '울음바다'
"방송대에 입학한 것만으로도 직장과 학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거기다 영어연극회 '끼'에 들어온다는 것은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라고 할 수 있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영어연극회 '끼'의 신철수(37·영문과2년) 회장의 말이다. 그는 '끼'는 직업과 학업, 취미생활을 병행할 만큼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부연했다.
'끼'는 1985년 생겨나 꾸준히 영어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27년 전통의 극회다. 이들은 영문 희곡 원전을 독해·감상하는 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무대에서 완벽하게 재현해 낸다.이 과정에서 영어 구사력이 향상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부분은 낯 가림이 심한 사람들이 부끄러움의 벽을 깨기 위해 도전한다. '자기 안에 가진 끼'를 발산하는 것이 곧 '자기완성'이자 '자기극복'으로 여기는 것 같다는 것이 '끼' 관계자들 설명이다.
영어연극회라 모든 프로그램은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정기공연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를 위해 매주 토요일 서울 동소문동 소재 연습실에서 모임을 한다.
스터디 일종으로 전공과목을 공부하는 것은 기본이다. 연기 연습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끼'는 신입 회원을 중심으로 3개월 간 연기 워크샵을 진행하며 음성 및 신체훈련, 연극게임, 즉흥연기 등의 전문적인 배우 훈련 과정을 거친다.이렇게 실전 연기력을 가다듬은 후에야 워크샵의 마지막 단계인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개야 일·학업·연극을 병행할 수 있다"며 "최선을 다해서 그런지 공연을 마치고 나면 배우들이 모두 부둥켜 안고 운다"고 설명했다.
대학 특성상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이 있다는 것은 극회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공익근무요원인 이재성(22) 씨는 "5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이 교사·회사 임원·의류업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하지만 '연극'이라는 공통 목표로 똘똘 뭉쳐 가족과 같은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각자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나누려고 할 때 모임이 살고, 연극이 살고, 사람이 산다"며 "공연에서는 연기 실력이나 나이 구분이 없고, 사석에서는 인생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가 되면서 서로 상생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