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전격적이고 기습적인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라 우리 정부와 정보당국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북한은 12일 오전 9시 49분 52초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로켓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쏘아 올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발사 직후 "서해와 남해상에 배치된 세종대왕함 등 3척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SPY-1 레이더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발사체의 궤적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긴급히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1시간 30분 뒤 "발사체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북미항공우주 방위사령부(NORAD)도 "미사일경보시스템으로 감지해 추적한 결과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와 당국의 움직임에는 당혹감이 뭍어났다. 이틀 전인 10일 로켓의 기술적 결함으로 발사시기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특히 발사 전날은 로켓이 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을 거쳐 인근 조립동으로 옮겨졌다는 보도까지 접했기 때문이다. 대북 전문가들도 최소한 22일까지는 발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당국의 정보판단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위성사진을 제대로 판독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정보판단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온 로켓 해체작업설에 대해 "그 부분을 저희가 확인해 준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우리 군은 이번 로켓의 사거리가 1만3000㎞ 이상으로 분석했다.
군 소식통은 "은하 3호의 1단 추진체 연소 시간이 156초로 4월 발사 때보다 26초 길어졌다"며 "이에 따라 사거리도 1만㎞ 이상에서 1만3000㎞ 이상으로 확대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거리가 1만㎞를 넘으면 미국 서부지역이, 1만3000㎞라면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이다.
국가정보원도 이번 발사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실험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오후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로켓에 실린 물체가 '100㎏ 정도'로 북한의 주장대로 위성으로서 제기능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 정도 밖에 안된다면 화소 해상도가 가로세로 100m를 점으로 표시할 만큼 성늘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한편 국민들은 허탈함과 분노, 놀라움을 동시에 쏟아냈다.
네티즌들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나로호 사업을 러시아와 손잡지 말고 북한에 외주를 주자"고 비꼬았다. 한 네티즌은 "항공우주 분야에서 북한이 더 앞서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우려했으며 또 다른 네티즌은 "수리 중이라는 북한 로켓은 버젓이 날아가고 있는 데 우리 국정원은 대선 댓글 조작이나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직장인들도 삼삼오오 모여 북한 로켓 발사를 화제에 올리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강모(40)씨는 "김정일 사망 1년과 우리 대선 국면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북한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을 것"이라며 "주민들 굶기고, 국제사회에 손 벌리면서 뒤로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는 북한이나 발사 징후를 포착도 못하는 깜깜이 정보력의 우리 정부나 한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