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이병헌(42)의 본격적인 할리우드 공략이 시작됐다. '지.아이.조'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그는 3년 7개월 만에 출연하는 속편 '자.아이.조 2'(내년 3월 말 개봉)에서 월등히 늘어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는 3D 예고편이 최초로 공개된 12일 홍콩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존 추 감독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등장인물이 많이 늘었는데 얼마나 비중의 변화가 있나.
전편에는 등장했지만 사라진 인물이 있고, 새롭게 추가된 인물도 있다. 내가 연기한 스톰 쉐도우의 비중은 양적인 면 보다는 심정적으로 확실히 늘었다. 전편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설명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본격적으로 인물에 깊이 다가가 각자의 감정과 서로의 관계 등을 구체적으로 부각시켰다. 스톰 쉐도우의 비밀스러운 면이 하나씩 밝혀진다.(이병헌)
-속편을 촬영하면서 대우가 달라진 점이 있나.
스태프의 눈빛이 약간 달라지긴 했다. 전편 개봉에 맞춰 한국 프로모션을 한 이후로 나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많이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서가 영화의 몇몇 장면에 대해 직접 자문하기도 하더라. 전편에는 꿈도 꾸지 못한 상황이다. 심지어 소품팀에서 칼에 스톰 쉐도우를 한글로 직역해 '폭풍 그림자'라고 써놨더라. 결국에는 글자가 없는 칼로 촬영하긴 했지만, 이정도로 스태프들이 나를 생각해 준다는 생각에 뿌듯했다.(이병헌)
-촬영하면서 이병헌에 대해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병헌이 1분 동안 독백을 하는 장면을 촬영한 후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그를 달리 봤다. 뼈저린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도록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가 왜 '아시아의 톰 크루즈'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몸짱이면서 인물을 무척 깊이 있게 표현하는 점에 감동했다. 이번 영화에 3D로 그의 환상적인 식스팩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존 추)
-할리우드에서 악역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나 불만은 없나.
첫 술에 배부르거나 내가 원하는 걸 한 번에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아직은 기다리는 입장이지만, 언젠가는 여기저기서 나를 찾아서 내가 진정 원하는 시나리오를 고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상황까지 가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속편에서 위상이 높아졌다고 전편의 헝그리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고 나 자신을 다잡는다.(이병헌)
-브루스 윌리스와는 이번 작품에 이어 '레드2'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몸 둘 바를 모를 정말 다정다감하게 나를 대해준다. 배우로서 놀란 점은 그런 베테랑 배우가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자신을 편안하게 놔두지 않는다는 점이 내게 깊은 인상을 줬다.(이병헌)
-할리우드에서의 경험이 연기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할리우드 영화를 연기할 때 그들만의 문화를 습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표정, 움직임까지 영향받지는 않는다. 그런 것까지 배우는 건 껍데기를 따라가는 위험한 일이라는 믿음으로, 한국에서 연기했던 것처럼 내 감정에 따른 표현에 확신을 가지고 미국에서도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이병헌)
-올해는 일과 사랑을 모두 이뤘다.
정말 정신없이 지난 한 해였다. 벌써 연말인 줄도 몰랐다. 미국에서 '지.아이.조2' 촬영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촬영하고 홍보했다. 영어로 연기하다가 현대극도 아닌 사극을 촬영하는 다이내믹한 경험이었다. 또 캐나다 몬트리올과 영국 런던에 가서 '레드2' 촬영을 하며 배우로서는 이렇게 즐거운 삶이 있을까 할 정도로 많은 영광을 누렸다. 또 올해는 사랑도 얻었다. 일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좋은 일만 많았던 한 해였다.(이병헌)
/홍콩=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