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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경희궁의 방공호 이젠 문화재 수장고로

서울역사박물관 뒤에 자리잡은 경희궁은 원래의 경희궁이 아니다. 건물도 위치도 새롭다. 일제강점기에 경성중학교를 세우면서 대부분의 전각들을 헐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희궁은 1988년 들어 원래의 위치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새로 지은 것이다.

그때 '방공호'가 한 개 발견됐다. 왕과 왕비의 침전인 융복전과 회상전이 있던 자리였다. 지난 1944년 일제가 연합군의 폭격에 대비해 만든 방공호였다. 서울역사박물관의 오른쪽 뒤편에 있는 철문이 바로 방공호 출입문인데, 최근까지는 경희궁 관리에 필요한 자재나 청소도구들을 보관하는 시설로 이용돼 왔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들어가 반층 정도 내려가자 짧고 긴 복도로 죽 이어져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가로 11m에 폭 9m, 높이 6m정도의 규모였고, 내부는 10개 정도의 크고 작은 방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콘크리트 외벽의 두께는 자그마치 3m나 됐다.

최근 서울역사박물관이 이 방공호를 수리해 서울의 근현대 역사 유물들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쓸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 각 지역을 재개발하는 과정에서 도시의 성장사와 시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근현대 유물들을 많이 모았는데, 새로 큰 돈을 들여 수장고를 짓느니 이 방공호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습도 유지나 방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또 일반인은 들어가기 힘든 박물관의 수장고가 아니라, 역사 교육의 공간 등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방공호를 철거하지 않고 여하튼 계속 남기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역시나 일제가 만들었던 창덕궁 내 지하벙커 등은 철거되는 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 방공호만이라도 어떻게든 남아, 지나간 식민지 시대의 아픔을 증언하는 동시에 잊지 못할 교훈을 주리라 기대해본다.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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