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55)씨는 얼마 전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몇 달 동안 계속되는 두통 때문에 병원을 찾은 박씨의 혈압은 중증 고혈압에 해당하는 160/100mmHg. 그는 고혈압 진단을 통해 자신의 노화를 확인한 것 같아 부쩍 무력감이 든다.
55세를 기점으로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지는 심혈관계 변화는 혈압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60대부터 고혈압 유병률은 급격히 증가해 남녀 전체에서 45%에 이르는 인구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후부터 혈압이 높아지는 주요한 원인은 바로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의 비활성화와 관련이 깊다. RAS는 인체 내에서 혈압과 관련해 변동이 생기면 세포외액량을 조절해 혈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령이 증가할 수록 RAS의 활성화 정도는 약화돼 혈압의 상승이나 저하를 조절하는 능력도 떨어지게 된다.
안정적인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 습관들을 바로 잡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흡연은 주요 혈관계 질환을 두배 정도 높이며, 간접흡연 역시 심혈관질환 발생은 1.3배, 뇌졸중을 2배 이상 증가시킨다. 짜게 먹는 식습관 역시 혈압을 상승시키는 원인이다.
약물 치료에 있어서도 자신의 나이와 신체 상태를 고려한 치료제 선택이 중요하다. 50대 이후의 고혈압 환자라면 RAS의 기능 침체를 고려해 RAS에 작용하는 치료제 보다는 다른 기전을 통해 혈압을 낮추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 대표적으로 심장근육세포에 작용해 혈압을 낮추는 칼슘채널차단제(CCB) 등을 꼽을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종진 교수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S)의 활성이 약화된다"며 "따라서 RAS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치료제보단 혈관과 심장 세포막의 칼슘 통로에 작용해 혈관을 확장시킴으로써 혈압을 낮추는 칼슘채널차단제가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55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에게는 암로디핀 등의 칼슘채널차단제(CCB)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것을 권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