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고수)은 누구보다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사건 현장에 뛰어들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를 구하지 못한 상처를 간직한 소방관이다. 거침 없는 성격에 제 멋대로 행동을 일삼는 외과의사 미수(한효주)는 오진해 돌려보낸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에 휘말리며 의사 면허 박탈 위기에 처한다.
의료 소송을 당한 미수는 소송 당사자에게 폭행 피해를 입은 강일을 유혹해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마음 먹는다. 미수는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강일에게 접근하기 위해 급기야 119 구조대 의용대원에 지원한다. 미수의 저돌적인 구애가 이어지자 굳게 닫혀 있던 강일의 마음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19일 개봉된 '반창꼬'는 생명을 구하는 긴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방관과 의사라는 주인공의 직업 설정, 둘의 사랑 보다는 영화의 제목처럼 서로가 가진 상처를 치유해 준다는 데 초점을 맞추며 기존 멜로물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성격이 조금 거칠긴 하지만 미모의 여의사가 신상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온몸을 던져 애정공세를 편다는 초반 설정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인 한효주의 원맨쇼는 이를 덮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동이', 영화 '오직 그대만'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수 년째 조숙하고 단아한 이미지만 보여왔던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스크린을 활보한다. 능청스러운 애교, 걸쭉한 욕설, 건달과의 몸싸움, 시원한 폭탄주 제조 솜씨 등 과하지 않으면서도 온몸에 착착 감기는 연기로 영화를 끌어간다.
고수의 안정감 있는 연기, 비교적 짜임새 있는 조연들의 활약도 이를 든든하게 받친다. 그럼에도 장점만을 오롯이 살려내지 못한 이유는 로맨스 영화 특유의 관습적인 표현들이 수시로 등장하며 흐름을 끊어 놓기 때문이다.
KBS2 '개그콘서트-불편한 진실'의 황현희가 봤다면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라고 쓴소리를 내뱉을 장면들이 여럿 있지만 연말 분위기에 젖은 너그러운 관객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