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될 '타워'로 재난 블록버스터에 처음 도전한 손예진(30)은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서른둘, 생일(1월 11일)이 빨라 일년 먼저 학교에 들어간 걸 감안하면 서른셋"이라며 보통의 여배우들이라면 언급하길 다소 꺼려하는 자신의 나이를 스스럼없이 강조했다. 그러나 "화마 영화의 원조인 '타워링'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 나이가 그 영화를 봤기엔 어리다"며 특유의 '감기는'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 언제부터인가 작품 선택의 행보가 경쾌해진 느낌입니다.
음…,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최근작이었던 드라마 '개인의 취향'과 영화 '오싹한 연애'가 그랬듯이 조금 가벼운 장르와 캐릭터를 자주 고르고 있죠. 하지만 '타워'의 촬영을 끝내고 출연한 '공범'(미개봉)은 꽤 묵직한 드라마거든요. 일부러 특정 장르나 캐릭터를 찾아다닌 건 아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요.
- 20대 시절의 예진 씨는 그 나이답지 않게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가 강했죠.
맞아요. 꽃다운 나이에 영화에서 유부녀만 세 번, 그것도 병상에 남편을 두고 불륜에 빠지는 유부녀('외출')와 두 명의 남편을 자유롭게 오가는 유부녀('아내가 결혼했다')를 두 번이나 연기했으니까요. 하하하. 그때는 또래의 여배우들이 도전하기 힘들어하는 캐릭터와 장르로 제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욕심이 많았어요. 살짝 무모한 감이 없지 않았죠.
- 그렇다면 앞으론 유부녀 캐릭터와 멜로를 가급적 피하겠다는 뜻인가요?
아니요.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드는데 작품만 좋다면 왜 마다하겠어요? 같은 인물을 연기하더라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이 생겼다고 감히 자신해요. 30대가 가져다 준 선물이라 생각해요.
- 여배우들이 살짝 묻히기 쉬운 장르인 '타워'를 고른 것도 자신감 때문이겠죠.
재난 블록버스터는 여배우들이 도드라지기 힘든 장르죠. 식당 매니저 장윤희란 캐릭터도 (재난 블록버스터의 여자 캐릭터론) 그리 색다르지 않고요. 그러나 설경구·김상경 선배님을 비롯한 좋은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여럿 출연한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내가 팀워크 플레이에 어울리는 연기자인지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촬영하면서 제 선택이 옳았구나란 판단이 들었고요.
- 촬영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듯 싶어요.
하루는 화재 진압 장면의 촬영을 지켜봤는데, 경구 선배님을 비롯한 소방관 역의 배우들이 정말 죽을 둥 살 둥 소방 호스에 달라붙어 있더라고요. 다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수압이 워낙 높아 실수로 호스를 놓치면 호스에 맞아 옆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고된 촬영을 마치고 나면 술자리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맛이 끝내줬어요. 연출자인 김지훈 감독을 포함해 스태프와 출연진 모두가 배려심에선 으뜸이었거든요.
- 2013년의 예진 씨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연기하고 있을 것 같아요. 20대 때는 30대가 되면 엄청난 배우가 돼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더라고요. 자신감과는 별개로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삼아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밀려들어요.
작품을 끝냈을 때의 기분은 마치 '출산'했을 때의 느낌일 듯싶어요. (출산의 경험이 있는) 엄마나 언니에게 물어보면 출산의 과정이 엄청나게 고통스럽지만 막상 아기를 보면 까맣게 잊고 또 낳고 싶어진다잖아요. 그 기분을 내년에도 계속 느끼고 싶다는 거죠.
아 참, 출산은 제가 실제로 경험한 건 아니니 표현을 분명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하하하.·사진/사보형(라운드테이블)· 디자인/양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