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노미네이트는 한국영화의 '넘사벽'인가.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후보 진입에 실패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내년 2월 24일 열리는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예심 후보 9편을 발표했다. 71개 출품작 가운데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무르'와 베를린 국제영화제 각본·남우주연상 수상작인 '로열 어페어' 등이 포함된 반면 '피에타'는 탈락했다. AMPAS는 다시 5편을 추린 뒤 1월10일 최종 후보작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노미네이트 불발은 13일 발표된 제7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들지 못하면서 일찌감치 감지됐다. 매년 1월 개최되는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아무르'와 '로열 어페어' 등은 골든글로브에서도 노미네이트됐다.
골든글로브 명단 공개 직후 '피에타'는 국제프레스아카데미가 주최한 제17회 새털라이트 어워즈에서 프랑스 영화 '언터쳐블 : 1%의 우정'과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공동으로 받으면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의 성사 가능성을 다시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후보 진입 실패로 2002년부터 매년 이어져온 아카데미와 한국영화의 질긴 악연을 다시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로써 김 감독은 칸·베를린·베니스 등 세계 주요 3대 영화제의 주요 부문을 모두 휩쓸고도, 200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 이어 '피에타'까지 두 번이나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실패하게 됐다.
특히 2004년에는 '빈 집'이 출품작으로 선정됐다가 상영 일수와 시기 등 몇몇 조건에서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사 결과가 번복되자, 강력하게 항의해 심사 과정을 주관한 영화진흥위원회가 아카데미 측에 자격 요건을 질의하는 등 촌극을 빚기도 했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는 북미 시장에서의 흥행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이 예의 주시한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들만의 잔치에서 들러리 부문이란 한계를 감안한다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해외 배급 관계자는 "자국 영화 사정에만 밝고 보수적인 성향인 AMPAS 회원들에게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