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홍대 앞의 한 클럽. 스마트폰으로 서로의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이성과 즉석 만남을 갖는 파티가 펼쳐져 1100여 명의 싱글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행사는 오비맥주가 준비한 '카스 톡 클럽파티'로 이 일대는 이튿날 오전 5시까지 파티 참석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 연말 싱글들이 더 바쁘게, 재밌게 놀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면 거리를 점령하는 연인 커플들에 밀려 집에서 '남의 축제'나 봐야했던 신세는 옛날 얘기다. 싱글들을 불러내고 대접하는 '솔로 마케팅'이 한파를 녹일 만큼 따끈하다.
◆1인용 와인·통닭 반마리 세트 등 솔로상품 앞다퉈 출시
지난 21일밤 서울 이태원의 레스토랑 엘본더테이블도 '싱글 크리스마스 파티'로 시끌벅적했다. 솔로 고객들의 짝을 찾아주는 이벤트가 이튿날 오전 3시까지 열려 분위기를 띄웠다. 앞서 위스키브랜드 킹덤과 CJ제일제당의 백설 다담에서도 싱글 고객들을 초청해 파티를 열고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혼자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려는 나홀로 파티족에게 더 이상 초라한 밥상은 없다. 싱글들이 많이 찾는 편의점에 최근 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상품이 등장했다.
편의점 CU(씨유)는 일반 케이크의 절반 크기라 혼자 먹기 좋은 미니 케이크를 최근 내놨다. 기존 와인의 3분의 1크기인 미니 와인도 판다. CU의 유선웅 MD기획팀장은 "외로운 솔로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 매장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 눈꽃 스티커도 붙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고 있다"고 전했다.
집에 싸가서 먹을 수 있는 테이크아웃용 제품은 싱글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카페 아모제에선 고급 레스토랑 메뉴의 맛을 낸 게살피자, 수제 비프롤 같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고, 오늘통닭은 통닭 반 마리와 생맥주 등으로 구성된 '치맥 세트'를 출시했다.
친구와 쇼핑을 나선 싱글을 위해 아이파크백화점은 24~25일 동성 고객 2명이 함께 찾으면 메이크업 서비스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외로움 타는 싱글들 겨냥한 힐링 마케팅 강세
커플을 위주로 해 온 연말 마케팅이 싱글들에게 방점을 찍은 건 올 한해를 강타한 '힐링' 콘셉트와 무관하지 않다. '싱글 파티'를 기획한 오비맥주 송현석 마케팅 상무는 "연말이면 괜한 소외감에 외로움을 더 타는 싱글들의 마음을 헤아려 '힐링' 컨셉트의 파티를 열었더니 젊은 2030 참석자들의 열기가 더 뜨거웠다"고 말했다.
연말이면 등장하는 각종 행사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높다. 순수한 SNS행사로 알려졌던 '솔로대첩'이 기업들의 홍보 이벤트로 물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지방에 있는 가족과 보낼 계획인 직장인 한정우(34)씨는 "싱글이든 커플이든 자신의 방식대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려고만 하는 기업들의 '데이 마케팅'이 볼썽사납게 여겨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