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월하동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 당시 현직 경찰관이 망을 봐준 것으로 드러났다.

여수경찰서는 9일 발생한 우체국 금고털이 사건을 수사하던 중 관할 삼일파출소 김모(44) 경사가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긴급체포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특수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박모(44)씨를 조사하던 중 "김경사와 공모했다"는 진술을 받은 직후 김 경사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경사는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애초 박씨는 단독범행을 주장했으나 경찰이 사건 발생 당시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 갔다가 귀가하는 김 경사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제시하자 공모사실을 인정했다.

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범행 15일 전부터 김 경사와 공모했으며 김 경사는 방범진단을 빌미로 우체국 금고의 위치와 벽면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박씨에게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범행 사흘 전 우체국 인근 화단에 범행도구를 은닉한 뒤 인적이 드문 9일 새벽 범행에 나섰다.

박씨는 우체국 CCTV 2대에 흰색 래커칠을 하고 우체국과 맞닿은 식당 벽면과 금고 뒷면을 산소용접기 등으로 절단하는 등 영화에 나올 듯한 수법으로 금고 안의 현금 5213만원을 꺼내 달아났다. 그는 범행 현장으로부터 300m 떨어진 곳에서 김 경사를 만나 돈을 절반씩 나눈 것으로 진술했다.

김 경사는 5~6년여간 강력팀 형사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은 채 범행 현장까지 각각 도보, 자전거로 접근해 현장에 물을 뿌려 족적이 남지 않게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