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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안산 고향마을'의 새해 풍경

지하철 4호선 한대앞역에 내려 주변을 돌아보면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러시아에 온 것처럼 키릴문자로 된 상점 간판들이 즐비하다.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의해 '동토의 섬'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다가 지난 2000년부터 영주귀국하기 시작한 사할린 한인 동포들이 모여사는 곳이 지척인 탓이다. 역 바로 앞에 있는 10층짜리 아파트 8개동, 이른바 '안산 고향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그런데 아파트 곳곳을 돌아보다 보면 이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주민들이 하나 같이 노인들 뿐이다. 실제로 복지관을 찾아가 문의해 보니 90세 이상의 노인 19명을 비롯해 주민 대부분이 70~80대다. 가장 젊은 사람이라고 해봐야 50대 후반의 주민 딱 한 명 뿐이다.

주민 수도 점점 줄고 있다. 입주가 시작된 지난 2000년 980명이던 주민이 13년만인 지금은 750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다 보니 새로 태어나는 생명이 없는 데다, 그 마저의 노인들도 하나둘 세상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 울음 소리는 없고 오로지 부고 소식만 들려오는 실정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정부 정책을 보면 된다. 식민지시대의 역사적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할린 한인 동포들을 한국으로 영주귀국시키면서 그 대상을 '1세'로만 국한했기 때문이다. 즉 일제에 의해 사할린으로 끌려간 당사자나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사할린에서 태어난 사람만 영주귀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945년에 태어났다고 해도 8월 15일 '이후'면 영주귀국할 수 없고, 당연히 그곳에서 태어난 2세나 3세도 영주귀국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사할린에서 낳은 자식들을 그곳에 두고 와야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고, 아예 영주귀국을 포기하는 이들마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5년과 2009년에 국회에 '사할린동포 영주귀국 및 정착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제출된 적은 있지만, 정부와 여론의 무관심 속에 하염 없이 시간만 흐르면서 결국 연거푸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현 19대 국회에도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여야 정치인들의 야박한 태도가 바뀔 지는 미지수다. 안산 고향마을의 새해 풍경이 그 어느 때보다 쓸쓸해 보이는 이유다.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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