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대개 많은 사람들은 '더 부지런해지자'는 다짐을 한다.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살고 게으름에서 벗어나자고. 보다 여유 있게 쉬엄쉬엄, 이라는 말은 잘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모든 것에 더 부지런해지는 것이 능사일까?
물론 '일'과 관련된 게으름은 대개는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민폐를 끼치기 마련이다. 아침출근준비에 게으름을 부려 오전시간을 허둥지둥 보내게 되어 생산성이 낮아지면 본인도 기분이 썩 개운치가 않다. 일도 위에서 뭐라고 하거나 마감시간이 가까워져야 본격적으로 가속이 붙는 모양새가 되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주인의식 없이 끌려가는 모양새가 된다.
하지만 부지런한 것을 '빨리빨리'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내일 해도 될 일을 못 기다리고 오늘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부지런한' 직원들이 있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게 되는 '게으른' 직원이 있다고 치면, 전자는 어쩌면 타고난 성격이 급해서 그저 눈 앞에 놓인 일을 후다닥 해치우기만 해서 서두를 뿐, 그 과정을 음미할 여유가 없다면 업무의 질적인 문제가 나올 우려도 있다. 반면 후자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을 남겨놓고 벼락치기 식으로 일하지만 어마어마한 집중력으로 꽤 괜찮은 결과물을 안겨줄 수가 있다. 뜸을 들이던 시간들은 일종의 '워밍업'이었던 셈이다. 일에 대한 태도는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기보다 개개인의 업무스타일이나 적성, 능력과 세세하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속도의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호흡이나 리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기분 좋은 리듬감으로, 편안한 호흡으로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자 했을 때, 모든 것에 부지런해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해, 어느 부분에서는 부지런해야 할지, 어느 부분에서는 조금은 느리게 가도 될지, 세세히 지켜보고 판단해본 후 새해의 규칙적인 생활을 그려보자. 그리고 때로는 의식적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한 숨 돌리며 비록 내가 짠 스케줄이지만 한 번 더 의심해도 무방하다. 내가 계획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계획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에.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