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한류 선두주자 카라가 한국 여성 가수로는 최초로 일봄 도쿄돔 무대를 밟았다. 6일 열린 '카라시아 2013 해피 뉴 이어 인 도쿄돔'에는 일본에서 숱한 기록을 쏟아냈던 이들의 2년 5개월간의 활약상이 모두 펼쳐졌다.
# 4만5000명 '엉덩이 춤' 들썩
공연장이 암전되고 지난해 8월 국내에서 발표한 '판도라'를 부르며 카라가 등장하자 4만5000여 관객은 폭풍을 일으키듯 함성과 함께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본 최대 실내 공연장에 우뚝 선 이들은 위용을 과시하듯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랑받은 메가 히트곡들로 레퍼토리를 채웠다. 오리콘 차트 사상 해외 여성그룹 최초의 1위 곡 '제트코스터 러브'를 비롯해 '스피드 업' '걸스 파워' '일렉트릭 보이' '고 고 서머' 등 4개의 오리콘 2위곡을 선곡해 거대한 합창을 끌어냈다.
시간을 거슬러 가듯 최신 히트곡들로부터 데뷔곡까지 차례대로 무대를 선사했다. '프리티 걸' '스텝' '허니' '록 유' 등 국내 히트곡들까지 한국어로 따라 불렀으며, '엉덩이 춤'으로 카라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는 이날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도쿄돔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팝을 커버해 부른 솔로 무대에는 다섯 가지 개성이 다채롭게 묻어났다. 다섯 멤버는 골반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섹시한 안무로 남성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는가 하면 때로는 깜찍한 미소와 애교로 마음을 녹였다.
신비주의 아이돌이 아닌 친구처럼 자유분방하고 소탈한 매력을 앞세웠다. 카트를 타고 객석 구석구석을 이동하고, 팬을 무대로 올려 게임을 하는 등 관객과 적극적으로 교감했다.
박규리(왼쪽)와 한승연이 솔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일본 데뷔 2년 5개월의 기록
2010년 8월 '미스터'로 일본에 데뷔한 카라는 2년 5개월간 현지 음악 시장에 끊임없이 신 기록을 양산했다.
데뷔곡이 아시아 여성 아티스트 최초 오리콘 톱10(5위)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제트코스터 러브'로 해외 여성 아티스트 최초 오리콘 주간차트 1위, 1990년대 이후 일본 노래방 애창곡 1위, 지난해 첫 일본 투어 전석 매진 등의 기록을 세웠다.
이어 이번 도쿄돔 4만5000장의 티켓을 예매 시작 5분 만에 모두 매진시키며 기록의 정점을 찍었다. 공연 티켓 매출만 48억원(약 4억 엔)에 이르며, 공연장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 매출은 이를 넘는다. 이날 한 회 공연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1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콘서트 소감과 목표는
규리(25)·승연(25)·니콜(22)·하라(22)·지영(19) 등 다섯 멤버는 공연 1시간 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쿄돔 무대를 밟는 벅찬 심경을 밝혔다.
규리는 "일본에 와서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고 차트 순위 등 '최초' '최고'와 같은 수식어를 많이 들어 부끄럽기도 하고 책임감도 생긴다"며 "우리가 진짜 잘나서가 아니라 팬들이 많은 사랑을 주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더 멋있는 그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K-팝 합동공연에 참여하며 한 차례 도쿄돔에 서 봤던 이들은 "당시에도 큰 규모에 놀라고 숨이 멈추는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단독 콘서트라 굉장히 긴장이 된다"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최근 싸이가 K-팝 대표 가수로 급부상한 가운데서도 카라는 일본에서 최고 인기 한국 가수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니콜은 "일본 친구들이 싸이 선배님에 대해 많이 물어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우선은 한국과 일본 활동에 전념하지만 우리도 언제든지 기회가 온다면 다른 지역에 진출하고 싶다. 특히 유럽 팬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하라는 "일본 데뷔 당시 목표가 NHK '홍백가합전' 출연과 도쿄돔 단독 콘서트였는데, 빠른 시간에 모두 이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제 도쿄돔 2회 공연도 가능한 팀이 됐으면 하고,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고 끊임 없이 도전하겠다"고 새해 목표를 전했다.
/도쿄=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