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당초 약속한대로 민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의 골을 방치하고서는 예기치 않은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중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은 연말연시를 '민생행보'에 올인 하다 시피 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경제단체를 방문해 던진 화두다. 지난 연말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 대표들과 만나 '중소기업 살리기'를 다짐하면서 "이제는 중소기업이 경제의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거듭나도록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계에서는 지난 연말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제민주화를 가장 큰 이슈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재벌개혁이 도마 위에 올라 핵심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야당에서는 거의 재벌해체에 가까울 만큼 강도를 높였다.
다행히 대기업 정책에 비교적 온건적인 여당이 승리함에 따라 재계는 어느 정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박 당선인의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어 전경련 방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종의 대기업이 나아가야할 '가이드라인'이 거의 제시됐다.
기본적으로 대기업은 이제 국민기업이라는 성격을 규정하고 중소기업과 상생의 길을 걸어줄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 그리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재편'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대기업에 대한 폐해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과도한 정리해고는 물론 납품가격 후려치기, 골목상권 침범 등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따라서 어떤 모양이든 이제 대기업은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 주도형 '타의에 의한 개혁'이냐 아니면 스스로 성찰하고 '자의에 의한 개혁'이냐만 남아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발적인 개혁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운은 아직 엿보이지 않는다. 적극적인 투자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기본이고 실질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스스로 해야 한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윤리경영 내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강령을 만들고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세워 실천에 옮겨야할 것이다. 흔히 지금까지 재벌비판을 단순히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명분아래 대기업이 반발해왔다면 이제는 달라져야한다. 시대적 요청에 대기업이 화답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정서를 싹 틔울 수 있다.